영국 사우샘프턴 출신의 카렌 롱(52)는 횡단보도조차 건널 수 없다. 언제 몸이 돌처럼 굳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카렌은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 SPS)을 앓고 있어, 언제 어디서 근육 경련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영국 데일리미러는 14일(현지시간) 심각하게 진행된 SPS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카렌 롱에 대해 보도했다. SPS는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진단받은 사람에게는 점차 악화되는 근육 경직 증상이 찾아온다. 몸통에서 시작되는 근육 경직·경련 현상은 병이 악화되면서 점점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100만 명 중에 한 명꼴로 발생하며, 아직까지 명확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불치병이다. 지난 8일에는 캐나다의 세계적인 가수 ‘셀린 디옹’이 SPS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예정된 공연 일정이 취소됐다.
카렌 역시 일상생활에서 큰 지장을 겪고 있다. 경련이 찾아오면 제자리에서 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쇼핑 중 몸이 굳어버리면 근처에 있는 낯선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카렌은 자신의 삶에 대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존재하는 것”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자동차 경적만 들어도 몸이 굳어버리는 카렌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증세 때문에 외출 시에는 항상 기댈 수 있는 벽이 있는 곳을 찾아 짧은 길도 빙 돌아가야 한다.
SPS는 면역 체계가 근육과 같은 신체 일부를 ‘침입자’로 인식해 생기는 질환이다. 카렌은 12년 전부터 SPS로 인한 허리 통증을 호소했지만, 증세가 보다 악화되어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후였다. 카렌은 2013년에 남편과 사별한 이후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병이 악화된 것 같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카렌은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SPS를 조절하기 위해 매일같이 근육 이완제를 복용하고 4주마다 다른 사람의 ‘항체’를 몸에 주사받는다. 양말, 신발을 신거나 요리를 위해 불을 다룰 때도 언제나 경련에 대비한다. 카렌의 지인들은 수시로 그녀가 경련을 일으켰는지 확인 연락을 취한다. SPS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비단 다리나 팔이 경련을 일으켜 외상을 입는 것 외에도 가슴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심부전에 빠질 수도 있다.
12년간 SPS와 싸워온 카렌은 ‘셀린 디옹’과 같은 유명 인사가 SPS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공개했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렌은 디옹의 고백을 계기로 앞으로 자신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카렌은 “나는 디옹이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응원을 받건 간에, 이 질병을 앓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라며 디옹에 행보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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