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한국친구 계좌’ 부르기도
실제 한국인 계좌인지는 확인 안돼
FTX, 한국에 ‘한남그룹’ 계열사 둬
세계 3위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가 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막대한 부채를 숨기기 위해 ‘한국(Korea) 계좌’라는 이름을 붙인 계좌를 활용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X를 사기 혐의로 고발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FTX가 알라메다의 80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 규모 부채를 이런 이름의 FTX 고객 계좌에 숨겨 운용했다고 보고 있다. 뉴욕 남부지검 공소장에도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가 부채를 숨기는 계좌를 “우리 한국인 친구의 계좌” “한국 비용 계좌”라고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계좌가 한국에 있는 계좌인지, 한국인의 계좌인지, 단순한 별칭일 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FTC는 FTX 고위 임원인 나샤드 싱의 ‘깃허브’ 계정에서 ‘KOREA KYC’ ‘BD 비용 계좌’ 등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BD 비용 계좌’는 한국 비용 계좌와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코드’로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앞서 한국에서 비트코인 값이 유독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보고 2017년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점을 노린 차익 거래다. 당시 김치 프리미엄은 50% 수준이었다. 다만 한국의 원화 송금 규제가 워낙 강해 뱅크먼프리드는 프리미엄이 10% 수준인 일본에서 차익 거래로 돈을 벌어 2019년 FTX를 창업했다. FTX는 한국에 ‘한남그룹’이라는 계열사를 뒀고,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알라메다가 FTX 고객 자금 유용 규모를 늘린 것도 한국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유발한 테라-루나 사태 탓이었다. 블룸버그는 “알라메다는 FTX 설립 이후 FTX 고객펀드를 무제한 유용했지만 특히 테라와 루나 사태로 가상화폐 생태계가 붕괴될 시점에 유용 자금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뉴욕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FTX 디지털 마켓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살라미가 FTX 파산 직전인 지난달 9일 알라메다의 대규모 부채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FTX 고객 자금이 유용되고 있다고 바하마 당국에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먼프리드는 사기, 자금세탁 모의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