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원에서 유급 생리 휴가 법안 통과…유럽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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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6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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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원이 생리 휴가제 도입 법안을 채택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스페인 하원 국회의원들이 생리 기간 중 고통받는 여성을 위해 달마다 최대 3일까지 유급 휴가를 주는 제도를 채택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법안의 특징은 개별 고용주가 아닌 주(州) 사회보장제도가 생리 휴가를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초안과 달리 3일에서 최대 5일까지 유급휴가를 인정한다는 기간 규정은 빠졌다.

생리 휴가제는 하원에서 찬성 190표, 반대 154표, 기권 5표를 받았다.

상원까지 통과해 법안이 제정되면 스페인은 유럽 최초로 생리 휴가를 도입하는 나라가 된다. 이미 일본, 인도네시아, 잠비아는 생리 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스페인의 가장 큰 노동조합 중 하나인 노동총동맹(UGT)이 기업이 여성보다 남성 채용을 선호하는 구실이 될 수 있는 법안이라 경고하며 정치인 대 노조 간 마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우리는 생리 문제를 건강권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오명과 침묵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월경 휴가 법안의 내용은 ‘생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 정부는 생리 휴가와 더불어 공공 병원 임신 중지 시술(낙태 시술)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리 휴가 법안에 만 16~17세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그 일환이다.

유로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전체 임신 중지 시술 건 중 15% 미만이 공공 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의사들이 ‘양심에 따른 수술 거부’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국가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생리 휴가 법안에는 고등학교에서 피임약과 위생용품을 무료로 배포하도록 하고 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페인은 2004년 유럽 최초로 가정폭력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여성권의 기준이 되는 나라로 여겨진다. 1985년 임신 중지를 비범죄화하고 2010년 합법화했으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남성보다 여성 구성원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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