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현 방위체계로는 못막아”
사전공격 길 열고 무기 도입 나서
한국 “日, 평화헌법 정신 지켜야”
美 “새 안보전략 환영” 中 “위협 과장”
일본 정부는 16일 주요 안보 문서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현재 방위 체계로는 중국, 북한 등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및 변칙궤도 미사일 등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자위대의 능력으로는 위협이 현실이 됐을 때 나라를 지킬 수 있을지, 솔직히 말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국제 사회의 우려’라고 기술한 부분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인 도전’이라고 바꿨다. 중국이 8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선 ‘지역 주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 日, 사실상의 ‘선제공격’ 가능해져
일본의 이번 안보 3대 문서 개정은 ‘공격당하기 전까진 가만히 있는다’는 원칙을 ‘공격당할 게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먼저 공격할 수 있다’로 바꾼 것이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상대 공격 의지를 꺾는 억지력으로 필수 불가결하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일본은 2023∼2027년 5년간 방위비로 43조 엔(약 415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은 △북한이 일본에 탄도미사일 발사 △미군 등이 공격을 받아 일본에 명백한 위협이 되는 ‘존립위기 사태’ △대만해협 위협 격화 등의 상황에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시일 내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일본이 북한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은 각종 공격 무기도 도입한다. 12식 지대함 유도탄 사정거리를 200km에서 1000km 이상으로 늘려 중국 본토 및 북한에 대한 공격력을 갖춘다.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배치한다.
이에 대해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로 변모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이 억지력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며 “전쟁에 대한 반성하에 상대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해온 방침을 무너뜨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한국 “日, 北 공격 시 우리 승인 받아야”
우리 외교부는 이날 일본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엄격한 요건 내에서 행사 가능하다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전수방위는 일본 방위의 기본 지침이며 향후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 영토 내 자위권 행사와 한반도로 자위대 전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우리 정부의 사전 협의와 동의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입장 차를 보였다. 그러면서 “반격을 결단할 경우 정보 수집·분석 차원에서 미국, 한국과 필요한 연계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의 방위 투자 확대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파트너들이 지속적인 평화, 안정,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일본의 새 국가 안보 전략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자신들의 군비 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수방위(專守防衛)
상대의 공격을 받을 때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하고, 보유 방위력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소극적 방위 개념.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이 개념을 기본 안보 원칙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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