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승자로 확인된 아르헨티나는 감격과 흥분에 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카타르에서 열린 결승전은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한 판 승부였다. 아르헨티나는 연장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를 4-2로 꺾고 사상 세 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아르헨티나 현지 시간으로 경기는 정오에 열린 터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일요일 낮 초여름 따사로운 햇볕 가득한 거리로 수십만 군중이 쏟아져 나왔다.
센테나리오 공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본 한 팬은 그 자리에서 “이건 한편의 서사시”라고 외쳤다고 AFP는 전했다.
가족들과 함께 집 앞으로 나와 승리를 축하하던 산티아고(13)는 “믿을 수가 없다”면서 “힘들었지만 메시 덕분에 우리가 해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빈곤율 40%·세 자릿수 인플레 고통 속 단비 같은 승리
아르헨티나 현지는 감격에 차 있지만 로이터와 AFP 등 외신이 아르헨티나를 볼 때 늘 강조하는 키워드는 ‘경제’다. 빈곤율이 40%에 달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이 88%로 곧 세 자릿 수에 임박했는데, 월드컵을 이렇게 즐길 수 있냐는 게 ‘경쟁국’인 유럽 언론의 날선 시선이다.
로헬리오 바스케스는 “고통은 승리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며 이 같은 시선에 반박하듯 말했다. 이번 경기도 그랬다. 리오넬 메시가 먼저 두 골을 넣어 쉽게 이길 듯했지만, 뒤이어 킬리안 음바페가 골을 넣으면서 엎치락뒤치락 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웠다.
바스케스는 “편하게 이길 수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늘 그랬듯 고통을 겪고야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템플리 지역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결승전을 보기 위해 상경했다는 아구스틴 아세베도(25)는 AFP에 “월말이면 늘 먹고 살기 힘든 경제 롤러코스터로 고통받지만, 오늘만큼은 완벽하다. 오늘을 겪기 위해 그간의 고통이 있었다”고 위로했다.
곤살로 몬티엘의 마지막 페널티킥으로 날린 공이 깔끔하게 골문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 어떤 이는 고개를 숙이고, 또 어떤 이는 눈 감고 기도한 채 숨죽이고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호나탄 에레디아는 “디부(마르티네스), 메시, 팀 전체가 너무 좋다”며 “그들이 나를 울렸다. 내가 무엇보다도 원했던 것”이라며 응원에 쉰 목소리로 울먹였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부의 오벨리스크 광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오벨레스크 광장은 전통적으로 스포츠 경기 승리를 기념하는 장소다.
특히 승리가 확정되자 수만 명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내려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부 도로는 아르헨티나 국기를 딴 국가대표팀 유니폼처럼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로 횡단보도를 칠한 모습도 눈에 띈다.
솔레닫 팔라시오스(35)는 “이 순간을 평생 기다려 왔다”면서 “오늘을 즐기기 위해 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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