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난입 원인은 트럼프”…美,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0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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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2.11.16.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2.11.16. AP/뉴시스
미국 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지지층을 선동하고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 한 혐의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미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특위는 이날 154쪽 분량 조사보고서 요약본에서 “1·6 사태 핵심 원인(central cause)은 단 한 사람,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며 “그가 없었다면 1·6 사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절차를 막겠다며 의회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 배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다만 의회 권고에 구속력은 없다. 기소 여부는 법무부가 결정한다. 법무부는 지난달 특별검사를 임명해 1·6 사태와 기밀문서 유출 혐의를 자체 수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극도로 당파적인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고 반발했다.

베니 톰슨 하원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1·6 의회 난입 사태 조사 마지막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베니 톰슨 하원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1·6 의회 난입 사태 조사 마지막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특위) 베니 톰슨 위원장(민주당)은 19일(현지 시간) 법무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 권고 결정을 발표한 뒤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라는 대선 결과 확정을 막으려고 의회에 난입해 유혈 폭동을 벌인 사건을 “쿠데타 미수”로 규정하며 이 사태 중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33년 미국 역사에서 의회가 전·현직 대통령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1·6 의회 난입 사태 특위는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고 9명 위원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지난 18개월간 트럼프 전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한 측근 등 1200여 명을 조사하고 10차례 공개 청문회를 연 특위는 이날 조사 결과를 모은 154페이지 분량 요약 보고서를 내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의회 난입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 선동과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최소 4가지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히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법무장관 대행에 앉혀 각 주에 ‘법무부가 선거 사기 증거를 갖고 있다’는 서한을 각 주 의회에 보내려 했으며, 조지아와 애리조나를 비롯한 7개 주에 가짜 선거인단 명부 제출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증언도 보고서에 담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이던 호프 힉스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당시 1·6 의회 난입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루티그 전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증언에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마크 메도우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 등 5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권고했다. 증언을 거부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화당 주요 인사에 대해선 의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이번 기소 권고로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의회 기소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법무부는 이미 특별검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란 선동 혐의 등이 인정되면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법무부가 기소를 결정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특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들을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다시는 공직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내년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공화당은 1·6 의회 난입 사태 특위에 대한 조사를 예고해 미 정치권 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달 초 톰슨 위원장에게 특위가 수집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보존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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