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판부는 20일(현지시간) 2021년 11월 그레타 베카글리아 기자를 강제 추행한 안드레아 세라니(46·남)에게 징역 18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1만 유로(약 1366만원)를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세라니는 세리에 A 경기 종료 후 경기장 밖에서 생중계 중이었던 기자의 엉덩이를 때렸고, 범행 장면은 그대로 송출됐다.
범행 영상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여야 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로 세라니의 성추행을 규탄했다. 당시 이탈리아 형제당 대표였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책임자의 “신원을 밝혀 처벌해야 한다”며 “모든 여성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자의 상급자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토스카나 언론인 단체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 당시 기자가 세라니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거부 의사를 표현했지만, 보도국의 선배 기자 조르지오 미켈레티(65·남)는 “화내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해당 성추행 사건은 세리에A가 여성 폭력 방지 운동을 전개하던 중 발생했다. “여성 폭력에 레드카드를”이란 표어와 함께 선수들은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 경기에 참여했다. 가정 폭력의 비극을 강조하고 스토킹 방지 핫라인을 홍보하기 위함이었으나 운동 기간 도중 발생한 성폭력은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탈리아 전국언론연맹(FNSI)은 재판 후 “기자에 대한 어떤 위협과 공격도 맹렬히 비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FNSI는 이 소송의 민사 당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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