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로봇 청소기가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됐다. 공유된 사진 중에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여성의 모습도 담겨 있어 사생활 침해와 고객 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19일(현지시간) 유명 로봇 청소기 브랜드인 ‘아이로봇’의 룸바 로봇 청소기가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유출됐다고 전했다.
유출 당시, 룸바가 촬영한 사진들은 ‘스케일 AI’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송됐다. 스케일 AI는 이미지 분석 등에 사용되는 인공지능(AI) 향상을 위해 사진에 담긴 데이터를 규격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로봇 측은 스케일 AI에서 근무 중이던 다국적 계약직 중 베네수엘라 출신 직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공유한 수십 장의 사진 중에는 실내 사진뿐 아니라 화장실에 앉아 있는 여성과 거실에 누워 있는 아이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아이로봇 측은 룸바가 실내 구조를 촬영하는 이유는 단순히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지도화해 장애물을 더 잘 피하고, 효율적인 청소 패턴을 구성하기 위해서일 뿐이며 문제의 제품은 판매용이 아니라 보수를 받고 촬영한 영상을 기업에 다시 전송하는 것에 동의한 이들에게만 주어졌다고 해명했다. 다만 아이로봇 측은 테크놀로지 리뷰 측의 계약서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아이로봇 최고 경영자(CEO) 콜린 앵글은 성명을 통해 사진을 유출한 스케일 AI와의 계약을 즉시 중단했으며, 비슷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조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 리뷰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모호한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기업들이 은연중에 소비자의 사생활을 데이터화해 기업 영리를 목적으로 오용하고 있을 수 있다 비판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제시가 비탁 교수 역시 “대부분의 사람은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집을 구석구석 촬영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지만, 작고 귀여운 로봇 청소기가 집 안을 구석구석 촬영하는 것에는 둔감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이로봇은 AI 업데이트를 위한 데이터의 95% 이상을 실제 가정집에서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로봇은 데이터가 소속 직원들과 데이터 공급업체를 통해 수집되고 있다 밝혔다.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관련 전문가 젠 칼트라이더는 아이로봇이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데이터를 무차별 수집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들을 ‘해킹’을 비롯한 데이터 유출 위협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기스’라는 활동명으로 일하고 있는 한 전문 해커는 “기업들이 악의를 가지고 고객 데이터를 노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무능한 보안 조치로 인해 고객들의 데이터가 해커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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