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반예산 속에 7200건, 19조원 상당의 ‘쪽지 예산’ 삽입돼

  • 뉴시스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0시 13분


미국 의회에서 1조6500억 달러(2110조원) 규모로 23일까지 통과될 전망인 2023 회계연도 재량성 예산 중 7200건의 의원 선거구용 ‘쪽지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고 22일 뉴욕 타임스가 말했다.

올해 쪽지 예산 총액은 모두 150억 달러(19조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전체 예산 대비하면 1% 미만이다.

미국에서 쪽지 예산은 ‘돼지고기 보존 나무통’ 혹은 그 통 속의 두툼한 염장 고기 한 덩어리를 뜻하는 ‘포크 배럴’이란 용어와 함께 남북전쟁 때부터 있어왔다.

국민 전체의 세금을 자신의 표 관리를 위해 특정 선거구만 혜택을 보는 예산으로 확보하는 일은 어느 나라 정치인이나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부패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이 쪽지 예산을 미국은 적자재정 개선책으로 2011년 ‘예산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다 이 법이 10년 기한 지나 2022 회계연도부터 효력상실되자 다시 부활했다.

부활 첫 해인 2022년도의 포크 배럴은 4962건에 총 90억 달러 규모였다. 회계년 개시일보다 반년 가까이 늦은 올 3월에야 통과된 이 해의 재량성 예산은 1조5000억 달러였다. 이에 비해 2023년도 쪽지 예산은 건 수도 급증하고 예산 비중도 늘어난 것이다.

포크 배럴을 부활하면서 미 의회는 선거구 선심용의 쪽지 예산 요청 내용을 의회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그 예산으로는 의원 가족이 혜택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정확한 건 수와 액수를 알 수 있다.

포크 배럴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이 서로 터놓고 자신의 쪽지 예산을 추진하면서 양당 간 합의 무드가 조성돼 예산안 통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모든 의원들이 이로 해서 예산안 작성과 통과에 적극 참여하게 돼 예산안이 소수 지도부 의원층에 의해 좌지우지될 소지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150억 달러, 19조원의 7000여 건 쪽지 예산은 적게는 한 마을 도서관 개선의 1만4000달러(1800만원)부터 대학 특별교수 유치 재원의 5000만 달러(640억원)까지 건 당 규모가 다양하다.

상하원 535명 의원 중 올해 가장 많은 포크 배럴을 따간 의원은 마침 나란히 은퇴하는 상원 세출위원회 여당 위원장과 야당 간사다. 양원 세출위는 대통령의 예산요청서를 기반으로 정부 부서별 12개의 세출법 안을 작성한 뒤 이를 하나의 ‘통합세출법’으로 옴니버스 화해서 전체회의 통과를 주도하는 막강 위원회다.

공화당 상원 세출위 간사인 리차드 셀비 의원은 88세로 6선인데 이번에 은퇴 전별금 조로 총 7억6200만 달러(9700억원)의 포크 배럴을 따냈다.

민주당 위원장인 패트릭 레이히 의원은 82세로 48년 간 상원의원을 한 8선 의원으로 상원 임시의장을 도맡아오다 허리뼈 부상으로 은퇴했다. 포크 배럴은 셀비 의원보다 적은 2억1200말 달러(2700억원)였다.

미 연방의 재량성 예산은 상하원 의원들이 가감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는 예산으로 거의 대부분이 15개 연방 부처의 일반 예산이며 연방정부 총예산 5조8000억 달러의 29% 수준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