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민 900만명 전기 끊겨… 폰 불빛 의존해 수술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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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포격에 발전기-송전시스템 타격
키이우 등 5개 권역 비상정전사태
러 “점령지서 철군 안하면 결단”
새해 첫날 에너지망 공격 가능성

우크라 아조우연대, 전사 동료 추모 22일 우크라이나 서부 리우네에서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 소속 병사들이 모여 러시아와 싸우다 전사한 동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 앞에 추모를 상징하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리우네=AP 뉴시스
우크라 아조우연대, 전사 동료 추모 22일 우크라이나 서부 리우네에서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 소속 병사들이 모여 러시아와 싸우다 전사한 동료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들 앞에 추모를 상징하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리우네=AP 뉴시스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으로 주요 도시의 전력 시설에 큰 타격을 입은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5분의 1이 넘는 900만 명이 전기와 수도, 난방이 끊겨 혹독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이상 전기와 물 없이 버티는 게 다반사이며 가로등 불빛이 사라진 도로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병원과 학교에선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과 수업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 우크라 인구 22% 혹한에 ‘無전기 생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연설에서 “오늘 저녁 우크라이나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거의 900만 명은 전기가 끊긴 채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인구(4000만 명)의 약 22%가 전기 없이 연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방송 TSN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비롯해 드니프로, 자포리자, 하르키우, 리비우 등 5개 권역에 비상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송전 시스템 운영사인 우크레네르고는 “그동안 9차례 있었던 러시아군의 대규모 포격으로 발전기와 송전 시스템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핵심 시설에 대한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요 도심의 중앙난방 및 수도 공급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이로 인해 드니프로 일부 지역에선 전력 공급이 5일 넘게 중단됐다. 물과 난방도 이틀 넘게 끊긴 상태에서 주민들이 혹한에 시달렸다. 키이우 등 도심에서는 도로 가로등과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에 전기가 끊겨 가동이 중단됐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정전 이전 대비 6배로 늘었다. 미콜라이우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수도 공급 없이 9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드니프로에서는 주민들이 다이오드 램프와 배터리로 직접 손전등을 만들고 비상 식수를 구비하는 등 각자 대책을 세워 암흑의 5일을 견뎌냈다. 키이우 시민들은 외출할 때 교통사고를 피하기 위해 빛 반사 팔찌를 두른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손전등에 의존해 수술을 하고 있다. 부모들은 “전력과 가스가 끊겨 요리를 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일 수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로 축제 분위기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선 전력난으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했다.
○ 러, “점령지서 철군 않으면 결단” 최후통첩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헤르만 할루시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26일 “러시아가 에너지망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새해 첫날에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가 계획 중인 새해 기념행사를 노려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종료 시점에 대해 어떠한 전망도 무의미하다”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갈루진 차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을 부담하고 스스로 전범재판도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헛소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으로 남았다면 본인도 비웃었을 조건”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평화협상’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자신들의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군하지 않을 경우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해 연말 대규모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7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새 영토를 포함한 지역에서의 (우크라이나) 철군과 위협 요소 제거가 우리의 조건임을 적들은 잘 알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군의 결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전력난#비상정전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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