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가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2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AP 통신은 30일(한국시간) “월드컵 3회 우승자이자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가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펠레의 딸 켈리 나시멘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편히 잠드세요”라는 애도 메시지와 함께 부친의 죽음을 확인했다.
작년 9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펠레는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폐손상으로 상파울루에 있는 앨버트 아인슈타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펠레는 이달 4일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평소와 같이 치료받고 있다. 병원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브라질을 응원하고 있다”는 글을 남겨 건강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남겼으나 다시 일어서지는 못했다. 병세가 위중해진 23일부터는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와 곁을 지켰지만 펠레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앞서 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도 6일 한국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투병 중인 펠레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기도 했다.
“나는 훌륭한 친구를 잃었고 세상은 전설을 잃었다.” 2020년 11월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60세에 심장마비로 눈을 감자 펠레는 이렇게 말하면서 마라도나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하늘에서 (마라도나와) 함께 공을 찰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펠레는 올해 카타르 월드컵까지 92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유일하게 우승 트로피를 3번(1958, 1962, 1970년)이나 들어올린 선수다. 펠레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당시 17세 239일의 나이로 넣은 골은 6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대 최연소 골 기록으로 남아 있다. 펠레는 열흘 뒤 열린 이 대회 결승전에서 개최국 스웨덴을 상대로 2골을 터트리며 브라질의 5-2 승리를 이끌었는데 이 역시도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월드컵 역대 결승전 최연소 골 기록이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A매치(국가대항전) 통산 최다 골(77골) 기록을 보유한 선수도 펠레다. 펠레는 1971년에 A매치 마지막 골을 넣었는데 올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2골을 추가한 네이마르에 51년 만에 이 부문 공동 1위를 허락했다.
펠레의 월드컵 우승 꿈은 아버지의 눈물에서 시작됐다. 1940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300㎞가량 떨어진 트레스코라송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펠레가 열 살던 1950년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당시 대회 첫 우승을 노리던 브라질은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패해 우승을 놓쳤다. 브라질이 패하자 라디오로 결승전 중계를 듣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펠레는 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반드시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국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
1956년 브라질 프로팀 산투스FC에 입단한 펠레는 이듬해인 1957년 38경기에 출전해 41골을 넣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해에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뽑혔다. 당시 그의 나이 17세였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펠레는 예수상 앞에서의 다짐을 8년 만에 현실로 만들었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펠레는 이 대회에서 스웨덴과의 결승전 2골을 포함해 4경기에서 6골을 터트리며 브라질에 월드컵 첫 우승을 안겼다. 펠레는 37세 때인 1977년 선수 유니폼을 벗었는데 그의 은퇴 경기를 축하하기 위해 무하마드 알리(1942~2016)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펠레는 199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2000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그를 ‘세기의 선수’로 선정했다. 펠레는 1995년 브라질 체육부장관을 맡아 축국계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부패를 없애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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