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29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1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웨스트우드는 영국 런던 남부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에서 1941년 태어난 웨스트우드는 30세에 남자친구이자 펑크 밴드 섹스피스톨즈의 매니저였던 말컴 맥라렌과 함께 런던에 ‘렛 잇 록’이라는 이름의 패션 숍을 열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찢어진 셔츠, 금속 체인, 주렁주렁 달린 옷핀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등 반항기 가득한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펑크 문화를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라렌과 이별한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로 국제적 명성을 이어갔다. 1981년 ‘해적’ 컬렉션으로 시작한 그녀의 브랜드는 코르셋, 플랫폼 슈즈 등 영국의 역사 속 문화를 현대 패션에 결합해 주목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여성에게 주는 기사 작위인 ‘데임’ 칭호를 2006년 웨스트우드에게 수여했다.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옷 입는 방식을 통해 부패한 모든 것에 저항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웨스트우드는 반전 운동이나 환경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파괴를 멈추고 인류를 도와야 한다”며 “옷을 잘 고르고 덜 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웨스트우드 대변인은 “내년 출범하는 비영리법인 ‘비비안 재단’을 통해 그녀의 행동주의적 삶과 디자인을 보호하고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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