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 거장 빅토르 위고 동상에 흰색 페인트 테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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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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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장송 시청 페이스북
사진=브장송 시청 페이스북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을 집필한 19세기 프랑스 문학 거장 빅토르 위고 동상이 인종 논쟁에 휘말리며 흰색 페인트 테러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1일(이하 한국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위고의 출생지인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프랑슈콩테 브장송 시청 앞에 세워진 그의 동상은 최근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리면서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위고의 출생지인 브장송시는 지난 2003년 위고를 기리기 위해 ‘세네갈의 로댕’으로 불리는 유명 조각가 우스만 소우(2016년 사망)가 제작한 위고의 동상을 브장송 시청 앞에 세웠다. 당시 동상은 청동으로 제작돼 색상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이후 세월이 지나며 동상이 녹슬고 낡아버리자 시는 지난해 11월 전문가를 고용해 동상 복구 작업을 했다. 브장송 시청은 “소우의 원본 작품을 반영해 조각상을 복원했다. 그는 색을 입힌 것을 좋아했고, 청동 그대로 상태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원된 동상 속 위고의 얼굴이 일반적인 프랑스 백인의 피부색에 비해 어두운 갈색으로 칠해지면서 실제 위고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비평가는 SNS에 “빅토르 위고가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으로 바뀌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원래 동상을 조각한 소우의 부인 베아트리스 술레도 브장송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빅토르 위고가 흑인처럼 보인다”며 조각상 복원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확산됐고, 브장송 시청에는 동상 복구 작업에 대한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결국 이 동상은 페인트 테러를 당하고 말았다. 복면을 쓴 남성들이 위고의 동상 얼굴에 흰색 페인트로 테러를 벌인 뒤 온라인상에 사진을 올리며 “아름다운 흰색으로 칠했다. 이로써 위고는 진정한 프랑스인, 브장송 출신이 됐다”고 적었다. 이후 이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안느 비뇨 브장송 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프랑스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 무기화된 것이 뼈아프다. 이는 이민 문제와 인종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병폐와 위기를 보여준다”며 “나는 언제나 차별과 맞서 싸울 것이고, 내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거듭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녹색당 소속인 비뇨 시장이 위고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인 공화당(LR) 소속 막스 브리송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워키즘과 어리석음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고 적으며 비뇨 시장을 비판했다.

‘워키즘’(le wokisme)은 ‘정치적으로 깨어있다’는 의미로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을 뜻하지만,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급진적인 경향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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