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군사 침공에 대해 ‘조용한 반대’를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깊은 전략적·안보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를 중요한 파트너로 여겨왔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중국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원천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팽창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5월 중립국 지위를 고수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하자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내비쳤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은 주권 존중과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자칫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암묵적으로 반대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중국은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진 않고 있다. 중국이 만약 러시아의 군사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한다면 러시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지금까지 서방으로부터 비판 받아왔다. 일각에선 중국이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CMP는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러시아에 대한 중국 측의 미묘한 입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예컨대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인 친강은 주미 중국 대사였던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강 외교부장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중-러 파트너십에 대한 서방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중국과 러시아 간 관계에는 어느 정도 ‘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 정상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선언문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묘사하는 ‘전쟁’이라는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였다.
SCMP는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언문이 채택됐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는 올해 초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다자기구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반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핵무기 사용 및 위협에 반대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표명했다. 이는 지난 하반기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우리는 이에(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당신들의 질문과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양국의 입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외신들을 통해 제기됐다.
SCMP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중국이 친러시아적 입장을 벗어나는 것이 아닌, 서방과의 관계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중국이 “위대한 현대 사회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서방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외부 세계에 개방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이같은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이후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유럽 지도자와 회담했다.
중국에 서방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 때문으로 생각된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와 미국은 중국의 주요한 교역국이었다. 국내적으로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조용한 반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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