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일본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며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통화완화를 더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달러/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3일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 09분 기준 0.7% 하락한 129.75엔으로 움직였다. 장중 환율은 129.52엔까지 밀려 지난 6월 이후 최저로 내려왔다.
환율은 BOJ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장기금리의 상한을 낮췄던 지난달 20일의 130엔대를 밑돌며 더 하락했다. 연초 엔화 강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엔화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스터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차관은 환율이 120엔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지난달 전망하기도 했다.
감마자산관리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엔화의 현재 시세는 최근 랠리를 감안해도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4월 마이너스(-) 금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면 엔의 추가 상승을 막는 장애물이 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년 연휴로 2~3일 일본 금융시장이 휴장하며 유동성이 부족해 130엔대 환율이 무너지며 변동성이 커진 경향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151.95엔까지 치솟으며 엔화는 30년 만에 최약세로 주저 앉았다. 하지만 이후 엔화 가치는 16% 넘게 올랐다. 일본 정부가 엔저에 대응하며 수 십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했고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늦춘 덕분이다. 여기에 지난달 BOJ가 완화를 축소하는 깜짝 결정을 내리며 미일간 금리격차가 좁혀져 엔화에 가해졌던 하방압력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BOJ는 대규모 완화가 중단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일축하기에 바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주 BOJ는 새로 설정한 장기금리 상한 0.5%를 방어하기 위한 채권매입에 나섰다. 지난달 BOJ가 사들인 채권은 17조엔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스톤엑스그룹의 밍제이 우 외환트레이더는 “BOJ가 현재 시장의 전개상황을 흡족해하는지 아니면 엔화 강세를 늦추기 위해 다시 개입할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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