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164년만에 최다 투표에도 의장 선출 불발…공화 내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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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6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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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은 5일(현지시간)에도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공화당내 강경파의 반란표로 인해 9차 투표까지도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사진은 미 하원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 하원은 5일(현지시간)에도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공화당내 강경파의 반란표로 인해 9차 투표까지도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사진은 미 하원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 하원이 118대 의회가 출범한지 3일째를 맞은 5일(현지시간)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이어갔지만, 164년 만에 실시된 11차 투표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강경파의 반란이 지속돼 또 다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11·8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날(4일) 공화당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들이 반대를 이어가면서 의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 하원은 이날 낮 12시쯤 본회의를 속개하고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재개했다. 지난 3일 3번, 4일 3번에 이어 이날에만 5번 선출 투표가 진행됐다.

7~11차 투표까지 민주당은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공화당 다수파도 매카시 원내대표를 의장 후보로 추천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바이런 도널드 의원(플로리다)을 후보로 내세웠다. 다만 9차 투표부터 일부 강경파들은 케빈 헤른 의원(오클라호마)을 추가로 추천했고, 11차 투표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 추천되기도 했다.

관례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호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7~11차 투표에서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민주당 전원의 지지를 받으며 5번 모두 212표를 득표했다.

당초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였던 매카시 원내대표는 7·8차에선 201표를, 9~11차에선 1표가 줄어든 200표를 얻는데 그쳤다.

강경파가 추천한 도널드 의원은 7차에서 19표, 8·9차 17표, 10차 13표, 11차 12표를 각각 얻었다. 8차 투표 때부터 의장 후보로 등장한 헤른 의원은 8차에서 2표, 후보로 공식 추천된 9차와 10·11차에선 각각 3표와 7표를 득표했다.

강경파 중 한 명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7·8차 투표에서 후보로 추천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져 주목을 끌었다. 그는 9·10차 투표에선 헤른 의원에게 표를 행사했다가 11차 투표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보로 공식 추천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스파르츠 의원(인디애나)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모두 ‘기권(Present)’표를 행사했다.

11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218표)를 한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자 미 하원은 표결을 거쳐 오는 6일 정오까지 정회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와 재차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경파들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이미 추가 양보안까지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날(4일) 의장 선출이 불발된 직후 강경파와 심야 협상 끝에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1명으로 완화하고, 한국 국회의 운영위원회와 같은 하원 규칙위원회에 보수 성향이 강한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을 더 많이 배치하는 등의 추가 양보안을 제시했다.

여기엔 의원들의 임기 제한을 도입하고, 구체적인 국경 정책 법안을 제정하는 투표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달 초에도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5명’으로 낮추는 등 강경파의 일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었다.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은 당초 하원의원 누구나 제출할 수 있었지만, 2019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지도부만 이를 낼 수 있도록 조건을 엄격히 강화했다.

매카시 원내대표의 당초 양보안에는 하원 법사위 내 ‘연방정부의 정치적 무기화’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 소위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이처럼 강경파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에도 하원의장을 거머쥐는데 필요한 과반 득표에는 또 다시 실패한 것이다.

공화당내 협상이 교착 상태를 지속하면서 미 하원의 의장공백 사태는 이제 9차례의 투표 끝에 의장을 선출한 1923년을 넘어 1859년 이후 164년 만의 최다 투표 기록을 쓰게 됐다. 당시 윌리엄 페닝턴 의장은 44번의 투표 끝에 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공화당이 내부 협상에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하원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공화당 원내 지도부에선 강경파를 설득하는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일부에선 협상이 내주 초까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더해 공화당 중도파를 중심으로는 매카시 원내대표의 추가 양보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매카시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매카시 원내대표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매카시 원내대표가 낙마할 경우엔 스티브 스칼리스(루이지애나), 짐 조던(오하이오), 패트릭 맥헨리(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경파가 이날 후보로 추천한 헤른 의원도 대안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에선 다수당을 차지하고도 당내 자중지란으로 100년 만의 하원의장 공석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공화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공화당의 왕당파적 태도는 경솔하고 무례하며 무가치하다”며 “우리는 의회의 문을 열어야 하고, 국민을 위한 일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켄터키 방문에서 하원 의장 선출 지연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가 실시된 전례는 모두 14차례이며, 마지막 재투표는 1923년에 이뤄졌다. 나머지 13차례는 모두 남북전쟁 이전이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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