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만 원자력발전을 사용하겠다던 벨기에가 주요 원전 가동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러시아 때문에 유럽 에너지 위기가 커지자 20년 전 탈(脫)원전 정책을 선언한 벨기에마저 원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9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날 자국 원자로 총 7기 가운데 최신형 원자로 도얼 4호기와 티앙주 3호기 등 2기 가동을 연장하기로 원전 운영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전체 원자력발전 용량의 35%를 담당하는 두 원전은 당초 2025년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필수 점검을 마친 뒤 2026년 11월부터 10년간 더 가동할 예정이다. 더크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두 원자로 가동 연장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매우 필수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벨기에는 2003년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얼 3호기는 지난해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 전역에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다. 벨기에 전력 당국은 원전 가동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2026~2027년 겨울에 전력이 상당히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탈원전에 앞장서던 독일 스웨덴도 원전 가동을 연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전면 중단할 예정이던 남은 원전 3기를 올 4월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이달 3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랑스 원자로 2기 구입 의사를 내비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