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됐던 ‘마크롱표 개혁’ 재추진
총리, 구체적 연금개혁 방안 공개
내달 본회의 상정, 여름 시행 목표
반발 여론 진화-야당 설득이 관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첫 집권 때부터 추진하려다 노동계와 여론의 반발로 좌초된 연금 개혁안을 재집권 약 8개월 만인 10일(현지 시간) 다시 발표한다. 국민이 연금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늘리고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를 늦춰 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취지다. 프랑스의 은퇴 연령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데다 연금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에 따른 민생고에 반대 여론 또한 상당하지만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노조 수장을 집무실이 있는 파리 엘리제궁으로 극비리에 초청해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日보다 은퇴 연령 8세 빨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 개혁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올여름부터 법정 정년(연금 수령 연령)을 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 또는 65세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정년(만 60세)과 연금 수령 연령(만 65세)이 다른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정년을 채우자마자 연금을 받는다.
이는 연금재정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23∼2027년 연금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32년까지 매년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0.4%가 될 것으로도 예측했다. 연 100억∼120억 유로(약 13조3700억∼16조386억 원)꼴로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노동시장을 빠져나가는 은퇴 연령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 남성의 은퇴 연령은 60.4세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빠르다. 일본(68.2세)과 8세 가까이 차이가 나고 한국(65.7세), 미국(64.9세) 등과도 격차가 있다. 프랑스는 현재 경제 생산의 14%를 연금 지급에 쓰고 있으며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신년 연설에서 “올해는 연금 개혁의 해”라고 못 박았다. 그와 보른 총리는 번갈아 언론에 나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보른 총리는 3일 주요 노조 수장과 연쇄 회담도 가졌다. 르몽드는 온건 노조로 꼽히는 노동민주동맹(CFDT)의 로랑 베르제 사무총장 또한 지난해 12월 엘리제궁에 극비리에 초청됐다고 9일 전했다.
○ 여론 반발-의회 설득이 과제
마크롱 정권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연금 개혁안을 심의한 뒤 하원으로 넘겨 다음 달 6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직종별로 42개에 달하는 연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정년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다 2019년 12월 대대적인 파업에 직면했다. 현재도 반대 여론이 상당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개혁 반대파는 연금 수령이 늦춰지면 취약계층이 노후 빈곤에 내몰릴 수 있고, 일찍 일을 시작한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의회 설득도 쉽지 않다. 집권당인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은 현재 하원 577석 중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250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마크롱 정권은 기존 개혁안보다 개혁 강도를 완화해 정년 연장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금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받는 연금을 깎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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