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어린이 1만명 구한 ‘전설의 위조범’ 별세…향년 97세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월 11일 15시 47분


“내가 1시간 자면 30명의 생명이 사라진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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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위조 기술을 사용해 유대인 약 1만 명을 구한 프랑스의 ‘위조 전문가’ 아돌포 카민스키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미국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카민스키가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민스키는 1925년 10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카민스키의 부모는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프랑스에서 살다가 정부의 탄압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

카민스키는 네 살 때 프랑스로 돌아와 10대를 노르망디에서 보냈다. 이 때 카민스키는 염색 공장과 세탁 공장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잉크 제거 등 위조 기술을 습득했다.

카민스키는 습득한 위조 기술을 유대인을 구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신분증에 새겨진 ‘아브라함’ 같은 유대계 프랑스인이 즐겨 사용하는 이름을 지우고 프랑스인의 느낌이 나는 가명을 새겼다.

위조 문서도 제작했다. 그는 학교 신문을 만들면서 배운 기술을 사용해 관공서의 직인까지 똑같이 제작했다.

아돌포 카민스키. 게티이미지
아돌포 카민스키. 게티이미지
카민스키의 실력이 프랑스의 비밀 유대인 지원 조직 사이에서 퍼지자 주문이 쇄도했다. 유대인 어린이를 위한 출생증명서 900장, 식량배급 카드 300장을 3일 안에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들어왔다.

카민스키는 이틀간 밤을 새우며 “1시간에 30장의 문서를 위조할 수 있다. 1시간 잠을 자면 30명의 생명이 사라진다”고 되뇌었다고 한다. 카민스키 덕분에 유대인 어린이들은 스페인, 스위스 등 인근 국가로 탈출할 수 있었다.

카민스키가 만든 위조 문서로 목숨을 구한 유대인의 수는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가 어린이였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카민스키는 계속 위조 문서를 만들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징병을 회피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위조 문서를 만들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관련 일을 멈추고 사진가로 활동했다.

카민스키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위조범’은 2016년 에미상에서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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