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개그 남발하는 ‘다이아몬드 조’는 누구?
기상천외 별명으로 알아보는 미국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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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is a real beaut, ain’t she?” (그녀 정말 죽여주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뜻밖에 좋은 성적을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요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여세를 몰아 조만간 2024년 재선 도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 미국 매체가 그런 바이든 대통령을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The Return of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의 귀환)
바이든 대통령은 ‘Joe’가 붙는 별명이 많습니다. 우선 ‘미국 평균남’이라는 뜻으로 “Average Joe”(애버리지 조)라고 불립니다. 활력 없는 모습을 보일 때면 “Sleepy Joe”(졸린 조)로 통합니다. 철도 애용자라서 “Amtrak Joe”(암트랙 조)라고도 불립니다.
또 다른 별명은 “Diamond Joe”(다이아몬드 조)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함과 유일함을 상징합니다. ‘Diamond Joe’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명물 조’라는 뜻입니다. 이 별명이 생기게 된 배경은 ‘어니언’이라는 잡지에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된 유머 기사들이 인기를 끌면서부터입니다.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제 파악 못 하는 정치인으로 그려집니다. ‘쿨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분위기를 못 맞추고 아재개그를 남발해 기피 대상입니다. 기사가 연재됐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습니다. 부통령이 얼마나 실권 없는 자리인지 풍자하는 내용입니다.
그중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는 2009년 ‘다이아몬드 조’가 웃통을 벗고 자신의 애마인 1981년형 폰티액 트랜스앰을 세차하는 내용입니다. 업무 시간에, 그것도 백악관 대로에서 웃통을 벗고 썩소(썩은 미소)를 날리는 사진도 실렸습니다. 물론 합성된 사진입니다. 차를 바라보며 “정말 죽여주지?”라고 감탄합니다. 미국의 마초형 남성들은 자동차를 여성에 빗대 “beauty”(미녀)라고 즐겨 부릅니다. 신세대 감각을 과시하고 싶은 ‘다이아몬드 조’는“beaut”(뷰트)라고 줄여 부릅니다. 표준어인 “isn’t” 대신에 “ain’t”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 ‘다이아몬드 조’라는 별명이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나이도 많으니 재선에 출마하지 말았으면 하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신이 인기가 높다고 착각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둔한 정치감각을 비꼬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조’처럼 대통령의 별명은 민심을 날카롭게 반영한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별명을 알아봤습니다.
“Dubya” (더브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사랑’이 지극합니다. 텍사스에서 자랐고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으며 텍사스에 크로퍼드 목장을 가지고 있고 은퇴 후에도 텍사스에 살고 있습니다. 그의 텍사스 사랑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텍사스 사투리입니다. “촌스럽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당당하게 텍사스 사투리를 썼습니다.
국민들은 그런 부시 대통령을 “Dubya”(더브야)라고 불렀습니다. ‘Dubya’는 ‘W’(더블유)를 텍사스 사투리로 발음한 것입니다. ‘W’는 부시 대통령의 미들네임 ‘Walker’의 약자입니다. 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구분을 짓기 위해 흔히 ‘W’라고 부릅니다.
‘Dubya’에는 ‘바보스럽다’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문법에 맞지 않는 황당 영어를 쓰는 등 ‘머리가 나쁘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아예 “Dumb Dubya” “Dumbya”(덤브야)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Snowflake-in-Chief” (유리멘탈 대왕)
‘snowflake’(스노우플레이크)는 ‘눈송이’를 뜻합니다. 눈송이는 아름답지만 금방 녹습니다. 이 단어를 사람에게 쓸 때는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지만 속은 허약한 유형을 말합니다. 미국인들은 유리멘탈형 인간을 가리켜 “he is a snowflake”라고 합니다. 심리적 압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snowflake generation’(눈송이 세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snowflake’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스트롱맨’을 꿈꾸지만 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트위터로 보복해야 직성이 풀리는 허약한 멘탈을 겨냥한 별명입니다. 영국 가디언지가 ‘America: Behold, Your Snowflake-in-Chief’(미국이여 주시하라, 유리멘탈 대왕을)이라고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조롱하는 심야토크쇼들을 비난하자 심야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what a snowflake!”(이런 유리멘탈을 어쩌나!)라고 놀렸습니다.
“American Cincinnatus.” (미국의 킨키나투스)
현대의 대통령들이 부정적인 별명을 가진 것과는 달리 초창기 대통령들은 훈훈한 별명 일색입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별명 ‘미국의 킨키나투스’에는 국민들의 존경심이 담겨 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민주적 리더십의 상징입니다. 독립전쟁 때 대륙군 총사령관에 취임해 전쟁을 승리를 이끈 뒤 미련 없이 총사령관 자리를 내려놓고 낙향했습니다. 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중앙무대로 돌아와 제헌의회 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성공적으로 헌법 제정을 끝낸 뒤 또다시 낙향했지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치로 돌아서 대통령이 돼서 국가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장기집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2선(8년)만 지내고 물러나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2선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통령도 깰 수 없는 황금의 규칙이 됐습니다. 그는 권력의 위치에 있을 때마다 빨리 고향인 마운트버넌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I want to return home and plough”(고향에 가서 쟁기질을 하고 싶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는 대지주였기 때문에 직접 쟁기질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고대 로마 시대 집정관 킨키나투스에 비유됩니다. 킨키나투스 역시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나라를 구한 뒤 권력욕에 휘둘리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실제로 킨키나투스를 존경해 ‘킨키나투스 협회’를 조직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한국은 ‘DJ’ ‘YS’ ‘MB’ 등 대통령의 영어 이니셜(약자)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국에도 이니셜로 통하는 대통령들이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생겨난 전통입니다. 국민들은 30여년 먼저 대통령을 지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 그를 “FDR”로 불렀습니다. ‘Franklin Delano Roosevelt’의 약자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업적이 많고 재임 기간도 길어 ‘FDR’은 그의 확실한 브랜드가 됐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역시 이름 대신 “JFK”로 불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갑자기 권력의 자리에 오른 린든 존슨 대통령도 “LBJ”라는 이니셜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Lyndon Baines Johnson’의 약자입니다. ‘FDR’ ‘JFK’처럼 뛰어난 대통령이 아니었던 그는 직접 자신의 이니셜을 알리고 다녔습니다. 대선 구호도 “all the way with LBJ”(LBJ와 함께 나가자)라고 정했습니다.
“Hey, hey LBJ! How many kids did you kill today?” (이것 봐 LBJ, 오늘은 애들을 몇 명 죽였어?)
“LBJ”가 자주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대가 대통령 이니셜을 시위 구호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LBJ, 오늘은 몇 명 죽였어?”는 대통령이 젊은이들을 강제로 입대시켜 전장에서 죽게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절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반전 데모송은 지금까지도 유명합니다. 베트남전 참전 정책을 고수했던 존슨 대통령은 반전 시위대의 ‘LBJ’ 구호가 곤혹스러웠습니다. ‘LBJ’ 이니셜과 멀어지게 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6살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훈계하는 선생님과 언쟁을 벌이다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총기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We stand at the ready to help in any way we can.”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의 성명입니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주지사 성명에 사건 수습 얘기만 나올 뿐 총기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성명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를 도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at the ready’는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이 필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할 때 “students with pens and notebooks at the ready”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레디 고”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불완전합니다. 미국인들은 ‘ready’와 ‘go’ 사이에 ‘set’ 또는 ‘steady’를 넣어줍니다. ‘ready set go’가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ready’는 ‘주목해라’, ’set’은 ‘준비 동작을 취하라’, ‘go’는 ‘행동을 개시하라’라는 뜻입니다. 달리기 대회에서 선수들이 출발 선상에 있을 때 심판이 외치는 3단계 출발 신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별명 짓기가 취미였습니다. 나쁜 별명을 지어서 상대방을 약 올리는 데 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ame calling’의 일가견이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별명 짓기를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임 콜링’을 하는 이유는 조롱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작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의회 연설 중에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 (정신 나간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
‘포카혼타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출마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인디언 원주민 후손 논란을 빚은 워런 의원을 조롱하기 위해 붙인 별명입니다. ‘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즌 후보가 워런 의원과 함께 유세 무대에[ 오르자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웃었습니다. 한꺼번에 2명에게 모욕적 별명을 붙이는 ‘더블 네임 콜링’입니다.
“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 (아베 총리일 수도 있고 캐나다의 저스틴일 수도 있다)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는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에게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역시 ‘네임 콜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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