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노숙자가 딸을 지하철 선로에서 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6일 14시 48분


코멘트

뉴욕 지하철 사건 피해자 아버지 NYT에 기고
“노숙자 주거 및 치료 문제 근본적 예방 필요”

뉴욕 지하철 전경. 뉴욕=AP뉴시스
“내 딸 미셸 알리사 고가 죽은 지 꼭 1년이 지났다. 2022년 1월 15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경, 마샬 사이먼은 (뉴욕) 타임스퀘어 역으로 지하철이 들어오자 내 딸을 잔인하게 밀었다. 그녀는 40살이었다.”

15일(현지시간) 미셸의 아버지 저스틴 고 씨는 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면에 ‘저는 미셸 고의 아버지입니다. 딸이 살았던 곳에서 딸의 죽음을 기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달리는 열차로 미셸을 밀어버린 사이먼(61)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였다. 중국계 미국인 미셸의 죽음 한 달 뒤,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 씨(35)가 뉴욕 맨해튼 자택까지 따라 들어온 노숙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둘 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혐오 범죄와 정신질환 노숙자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고 씨는 기고문에서 “딸이 죽고 365일이 지난 후에야 미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할 수 있게 됐다. 딸은 사랑받고, 사랑할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었으며 타인에 대한 선함을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셸의 죽음이 빠르게 퍼지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딸을 죽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슬펐다. 미셸은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지로 기억 돼야 한다”고 썼다.

아버지에 따르면 미셸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시티뱅크와 바클레이스를 거쳐 사건 당시 딜로이트의 수석 매니저였다. 또 저소득 여성과 아동을 위한 비영리 교육단체인 뉴욕주니어리그(NYJL)에서 10년 넘게 봉사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미셸의 아버지는 “만약 딸이 코로나19나 암으로 사망했다면 그래도 슬픔을 극복하긴 힘들었겠지만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하철 앞에서 밀려 살해됐다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적었다. “그것은 자신의 최선을 타인과 나눠 온 여성에게 맞는 결말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미셸을 민 노숙자 사이먼은 13살에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로 알려졌다. 택시운전과 주차장 매니저로 일하다 30대에 정신분열 증세가 시작됐다. 20여 차례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노숙자가 됐다. 그는 범행 후 정신질환으로 인해 재판 불능 판정을 받고 정신질환치료 시설에 보내진 상태다.

사이먼이 이미 그 일대에서 알려진 정신질환자였는데도 강제 입원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한 논란이 일자 최근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중증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조치령을 내린 상태다.

미셸의 아버지 고씨는 강제 입원 조치가 응급 구조대원을 위협에 놓이게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이든 어디서든 폭력으로 아이를 잃는 가족이 생겨나선 안된다”며 “사이먼 같은 이들을 지하철에 그냥 버려둬서는 안 되며 응급 대원들이 이런 방치된 영혼과 위협을 다룰 수 있다고 여겨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변화는 예방책에서 온다. 주택 (부족) 문제나 (정신)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그것이 딸을 기리는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