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조종사 부부의 비극…17년전 남편 추락사 이어 아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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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7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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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네팔에서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가 17년 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조종사의 부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예티항공 ATR-72 여객기 부조종사 ‘안주 카티와다’(44·여)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카티와다의 남편은 2006년 6월 21일 같은 항공사의 소형 여객기를 몰다 추락해 사망한 ‘디팍 보크렐’이다. 그는 네팔 카말리주 줌라 공항에서 소형 프로펠러 여객기를 몰다 숨졌다. 당시 사고기는 한 차례 착륙에 실패한 후 활주로를 변경하기 위해 급선회하다 추락했다. 이 사고로 보크렐을 포함한 승무원 3명, 승객 6명이 모두 숨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아내 카티와다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일럿 직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간호사였던 카티와다는 딸을 부모에게 맡긴 뒤 미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조종사 훈련 비용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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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와다는 남편이 사망한 지 4년 만인 2010년 마침내 예티항공에 조종사로 입사했다. 그는 6400시간의 조종 경력을 쌓으며 기장으로 승진했다.

안타깝게도 카티와다는 지난 15일 부조종사로 탑승한 ATR-72편에서 남편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 비행기는 포카라공항을 코앞에 두고 추락해 탑승자 72명 중 최소 68명이 숨졌다. 기장인 카말 K.C.의 시신은 현장에서 수습됐으나 카티와다 생사는 아직 불분명하다.

사고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카말 K.C. 기장은 비행 시간이 2만19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조종사였다고 예티항공은 밝혔다. 기장과 부조종사 모두 풍부한 비행 경험이 있었다고 항공사 대변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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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조종사 부부가 같은 운명을 맞이 할 만큼 네팔에서는 비행기 사고가 잦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이 있는 네팔은 소형 여객기로 작은 도시를 오가는 비행이 매우 많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1990년대 이후 30건이 넘는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네팔의 안전조치 수준은 유엔 감시단 요구 수준의 47%에 불과했다. 지난해 70%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네팔 민간항공청은 밝혔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네팔 항공사는 유럽연합(EU)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네팔 항공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감소했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팔의 공항 수준이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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