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에서 활동하다가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신청한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가 ‘죄수 용병’의 실상을 폭로했다. 와그너그룹은 석방을 대가로 죄수들을 차출해 전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죄수 용병들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했다는 것이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의 전 지휘관 메드베데프는 13일 오전 2시경 노르웨이 국경을 넘었다. 그는 공개 처형 등 와그너그룹의 전쟁 범죄를 목격하고 탈영을 결심했다. 현재 그는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7월 6일부터 그해 11월 6일까지 ‘4개월 계약’으로 와그너그룹에 합류했다. 군 경험이 있는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지휘관으로 임명됐다. 메드베데프는 이곳에서 매주 30~40명의 새로운 병력을 공급받았는데, 그가 지휘한 다수는 러시아 감옥에서 차출된 죄수들이었다.
메드베데프의 변호인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은 죄수 용병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했다. 탈영병은 공개 처형을 당했는데, 그 방식은 잔인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가 포로 교환 때 부대로 돌아온 탈영병이 흉기로 처형당하기도 했다. 계약 기간도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연장했다. 메드베데프는 인권 단체 대표 블라디미르 오세치킨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총알받이처럼 싸우도록 던져졌다”고 말했다.
와그너그룹은 메드베데프를 도망자로 명명하며 그가 수감자들을 학대했다고 비난했다. 와그너그룹은 메드베데프에 대해 “그는 매우 위험하다”며 “조심하라”고 했다. 단, 메드베데프가 주장한 공개 처형 등 전쟁 범죄, 반복적인 계약 연장 등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와그너그룹은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조직으로, 최근 병력 손실이 이어지면서 다시 죄수들을 모집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와그너그룹은 전장의 위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죄수들은 전쟁에서 6개월간 살아남으면 사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룹에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최소 83명의 여성을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연쇄 살인마 미하일 폽코프가 참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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