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계 “임금 인상 긍정적 검토하자”… 기업들은 “계획 없다” 난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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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증권사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AP 뉴시스


선진국 가운데 임금이 가장 안 오르는 나라로 꼽히는 일본에서 재계가 직접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나섰다.

통상적인 노사관계라면 사용자 측은 어떻게든 임금을 덜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장기 침체로 30년 가까이 임금이 제자리인 일본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게 지상 과제다. 정부가 ‘임금 인상’을 압박하면서 재계 단체도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제까지 임금이 안 올라도 물가도 함께 거의 오르지 않아 그나마 견딜 만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엔저 현상 등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재계 단체인 경단련은 전날 결정한 ‘경영 노동정책 특별위 보고’에서 급속한 물가 인상에 맞춰 기본급을 올리는 이른바 ‘베이스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명기했다. 이 보고는 경단련 회원들의 올해 노사협상 방침으로 활용된다.

경단련은 이 보고에서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지적하며 “물가 동향을 특히 중시한다”라고 언급했다. 경단련은 그동안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에 부담이 되는 기본급 인상 등에는 난색을 보였다.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렌고’가 5%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경단련은 “소비자 물가 상승에 요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도 임금 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달 초 연두 기자회견에서 “임금이 내년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겠다”라며 재계에 “물가 상승률을 넘는 임금 인상을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기업들이 실제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도쿄신문이 보도한 18일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 중소기업의 70%는 “임금 인상 계획이없다”라고답했다. 임금 인상 예정 기업은 26.8%에 불과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등이 큰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면 기업 경영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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