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광고 플랫폼 지배하는 건
골드만삭스가 증권거래소 가진 격”
디지털 광고기술 사업부 해체 요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구글의 디지털 광고 독점에 칼을 빼들었다. 빅테크(대규모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플랫폼 독점에 대한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 8개 주는 24일(현지 시간) 구글에 “디지털 광고 기술(애드테크) 사업부를 해체하라”며 버지니아 동부지법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 및 광고주가 광고를 사고팔 때 필요한 시스템을 독점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연방정부가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5년 동안 구글은 경쟁사를 인수해 경쟁을 막고 (광고) 경매 메커니즘을 조작하며 광고주와 콘텐츠 업체가 구글 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조너선 칸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은 “구글 고위 임원이 내부 e메일에서 직접 언급했듯 구글이 광고 플랫폼을 지배하는 것은 (세계 최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하는 것 같은 독점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구글이 2007년 31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에 사들여 독점적 지배자가 되는 데 기여한 기업 ‘더블클릭’ 인수를 되돌리는 등 사업부문을 해체해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디지털 광고 기술 사업은 2021년 매출 317억 달러(약 40조 원)를 올리며 모회사 알파벳 매출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일종의 광고 거래소인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콘텐츠 기업 광고를 관리해주는 구글 ‘더블클릭’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구글이 이런 독점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 30%를 수수료로 챙겨 언론사, 음악서비스업체 같은 디지털 콘텐츠 제작자 및 기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구글은 성명을 내고 법무부의 소송 제기가 “혁신을 저해하고 중소기업과 콘텐츠 제작사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 블룸버그TV는 “바이든 행정부가 구글에 첫 번째 ‘펀치’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구글을 상대로 검색 독점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빅테크 독점’에 칼을 겨누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미 정부가 승소할 경우 1982년 통신회사 벨시스템(현재 AT&T) 분할 이후 최대 반독점 기업 분할 사건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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