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 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를 지지하는 가톨릭 주교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동성애, 범죄 아니다”
AP통신이 보도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며 가톨릭 주교 역시 성소수자들을 차별 없이 교회에 환영할 것을 촉구했다.
또 “동성애를 범죄화한 법을 지지하는 가톨릭 주교들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도록 변화해야 한다”며 “신이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자애로움을 가톨릭 주교 역시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인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것 역시 ‘죄’(sin)”라고 덧붙였다. 동성애가 가톨릭 교리상 죄는 맞지만, ‘범죄’와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에도 성소수자에게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동성애 차별에도 반대해왔으며, 해당 법을 교황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전 세계 67곳에서 동성애 처벌…유엔 “국제법 위반”
영국 단체 The Human Dignity Trust에 따르면 전세계 67곳의 국가 및 행정구역에서 동성간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11곳은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집행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법의 존재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폭력, 낙인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미국연방대법원은 “동성애자의 존재를 폄하하거나 그들의 사적 삶을 통제할 수 없다”며 동성간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12개가 넘는 주가 동성 간 성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엔은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이 차별받지 않고 사생활과 자유를 누릴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며,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한다며 폐지할 것을 거듭 촉구해왔다.
● “내가 뭐라고 동성애자를 판단하겠는가”…진보·개혁파 교황
2013년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으로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보 성향에 개혁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7월 브라질 순방길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동성애자 사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신을 따른다면, 내가 뭐라고 그를 판단(단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해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 12월 미국 최대의 성소수자 잡지 ‘애드보케이트’는 그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하고 교황의 얼굴과 해당 발언을 표지에 싣기도 했다.
다만 2021년에는 교황청이 가톨릭교회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차별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새해 첫 미사에서는 “여성을 향한 폭력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사상 최초로 바티칸시국 행정부 사무총장,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 등 교회 고위직에 여성을 등용하는 등 남성중심적인 가톨릭교회를 바꾸기 위해 애써왔다. 2014년에는 미혼모 자녀들에게 세례 주기를 거부한 사제들을 “현대의 위선자들”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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