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후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해 12월 폐지하면서 해외 출국이 자유로워진 부유층이 속속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제로 코로나 시행 과정에서 당국의 강력한 통제와 억압을 경험한 뒤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3기 체제에서 부자들을 옥죄는 ‘공동부유(共同富裕·다함께 잘살기)’ 기조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부동산기업 ‘주와이 IQI’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매수 문의는 지난해보다 55% 늘었다. 위챗 등 소셜미디어에서 ‘이민’에 관한 검색 및 키워드 언급 또한 5배 증가했다. 캐나다 이민 전문 법률회사 ‘소비로프스’는 “지난 6개월간 중국 고객의 이민 상담 예약이 급증했다. 최대한 빨리 이민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뉴질랜드 이민 자문사 ‘익스프레스 이민’ 역시 “중국 고객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탈(脫)중국 러시는 중산층으로도 번지고 있다. 홍콩의 이민 전문 변호사 데니 고는 “진짜 부자들은 수 년간 비상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기업 임원 등 부(富)의 규모가 더 작은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5000만 달러(약 600억 원) 이상을 지닌 중국 부유층의 숫자는 3만2000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다. 이에 해외 이주를 원하는 중국 고객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줄리어스베어 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스위스 취리히에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 중국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부유층의 탈중국 행렬이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코로나19 전에도 중국 부유층의 이탈로 연간 약 1500억 달러(약 180조 원)의 자본 유출이 발생했으며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중국인의 해외여행 본격화 또한 자금 유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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