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 운전’ 이유로 20대 청년 진압
멤피스市, ‘전갈부대’ 경찰 5명 기소
美전역서 경찰폭력 항의 시위 잇따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들이 흑인 운전자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지 3년도 안 돼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을 부른 1991년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멤피스시는 경찰 몸에 부착한 촬영기기 보디캠과 인근 폐쇄회로(CC)TV에 7일 사건 당시 녹화된 구타 영상을 27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파면된 가해 경찰 5명이 2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지 하루 만이다.
총 67분 분량 4개 영상에는 교통 단속을 하던 흑인 경찰들이 피해자 타이어 니컬스(29)를 난폭운전 명목으로 운전석에서 끌어내 무차별 구타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고 말했지만 경찰들은 니컬스를 차에서 끌어내 욕설을 하며 바닥에 눕힌 뒤 최루액을 뿌렸다. 니컬스가 도망치자 경찰들은 전기충격기를 손에 들고 쫓아가 붙잡은 뒤 곤봉과 주먹, 발로 폭행했다. 니컬스는 “엄마”를 외치며 비명을 질렀다.
니컬스는 피를 흘리며 길바닥에 방치돼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만에 신부전에 이은 심장마비로 숨졌다. 부검을 마친 병원 측은 “심각한 구타로 광범위한 출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럴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28일 전갈부대 해체를 전격 결정했다. 전갈부대는 2021년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꾸린 우범지역 전담 조직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스 서장은 “(가해) 경찰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간적이었다”고 인정하며 “니컬스가 난폭운전을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멤피스 지역 시민활동가 키드런 프랭클린은 NBC방송에서 “전갈부대는 (경찰이 아니라) 작은 갱단”이라고 비판했다.
영상 공개 후 멤피스를 비롯해 미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달았다. 일부는 폭력 시위로 번졌다. 멤피스에서는 “정의 없이 평화 없다” 같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가 한때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점거했다. 뉴욕 워싱턴 보스턴 도심에서도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 나왔다. NBC방송은 27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와 관련해 시민 3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격분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도 시위대에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미 언론은 2020년 진압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를 일으킨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1991년 로스앤젤레스 경찰에 집단 폭행당해 숨진 로드니 킹 사건을 소환하며 이번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경찰 전문가 에드 오바야시는 뉴욕타임스(NYT)에 “제게는 이번 사건이 로드니 킹 사건보다 더 끔찍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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