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징병 피해 도망친 5명, 인천공항서 몇달째 노숙중” CNN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월 30일 10시 26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사진. 뉴스1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사진. 뉴스1
우크라이나와 1년 가까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징병을 피해 도망친 러시아인들이 수개월째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의 군사 동원령 이후 한국으로 도피한 러시아 남성 5명은 한국 정부의 수용 거부로 인천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다. 이들 중 3명은 같은해 10월, 나머지 2명은 11월 한국에 도착해 난민심사를 신청했으나 법무부에서 난민심사 회부를 거부, 현재까지 공항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돕는 이종찬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CNN에 “이들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제공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샤워는 할 순 있지만 옷은 손세탁해 갈아입어야 하고, 활동 반경 또한 출국장과 면세장 구역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이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제한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인권단체는 지난달 30일 법무부의 난민심사 불허로 이들 러시아인 5명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이 조지아 국경을 넘은 뒤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뒤 국외로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2022.09.28. AP/뉴시스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이 조지아 국경을 넘은 뒤 이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뒤 국외로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2022.09.28. AP/뉴시스
당시 법무부는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심사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와 인권단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고 규탄받아 마땅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3명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달 31일 내려질 전망이다. 이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법무부는 난민 지위 부여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CNN은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 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나 K팝 슈퍼스타조차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하는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동원령 선포 후 일주일간 최소 20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조지아, 카자흐스탄, 인근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도피했다.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지하 시설에 구금되며, 탈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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