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20대 여성이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해 새 삶을 살기 위한 범행이었다.
31일 가디언과 nbc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독일 남부 잉골슈타트 강변의 한 주택가에 세워져 있는 벤츠 승용차에서 여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시신에는 50곳이 넘는 상처가 있었고 특히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수사 초반 경찰은 사망자의 신원을 이라크계 미용사 ‘샤라반K’(23·여)라고 특정했다. 가족의 시신 확인도 거쳤다. 최초로 시신을 발견한 사람도 샤라반 부모였다.
그런데 이후 부검 감정서를 통해 확인해보니 진짜 신원은 알제리계 뷰티 블로거 ‘카디자O’(23·여)였다.
카디자와 샤라반은 검은색 긴 생머리와 어두운 피부색, 진한 화장 등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샤라반은 범행 며칠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전 그는 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자신과 닮은 여성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았다. 수많은 여성과 접촉을 시도하다 마침내 자신과 닮은 뷰티 블로거 카디자를 찾아냈다.
샤라반은 “화장품을 주겠다”고 속여 카디자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남자친구와 함께 카디자를 차에 태워 숲으로 데려가 살해했다. 시신은 샤라반 본인의 차에 두어 신원 특정에 혼선을 줬다.
수사당국은 범행 동기가 불명확해 그동안 구체적인 신원과 동기 등을 발표하지 않았었다. 체포영장도 지난달 27일 발부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피고인이 가족 싸움으로부터 잠적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위장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경찰 대변인은 nbc에 “피고 여성이 가족 문제로 인해 완전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획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능한 한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찾기 위해 여러 소셜 미디어를 뒤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도플갱어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목격자 진술을 추가 확보한 뒤 이들을 기소할 전망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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