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I said I was Jew-ish.” (나는 내가 ‘유대인 같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요즘 미국 뉴스에서 ‘조지 산토스’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뉴욕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선거 때 내세운 학력 경력 혈통 등이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미국처럼 검증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가짜투성이의 사기꾼이 의회까지 진출할지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어이가 없어 하는 분위기입니다.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산토스 의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의 거짓말 퍼레이드 중에서 유대인 행세를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유세 때마다 유대인 출신이며 조부모가 홀로코스트를 피해 독일에서 브라질로 이주했다는 눈물겨운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나 유대인 단체들의 추적 결과 거짓말로 판명됐습니다. 그러자 산토스 의원은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나는 내가 유대인(Jewish)이라고 말한 적 없다. 유대인 같다(Jew-ish)고 말한 것뿐이다.” ‘ish’(이쉬)는 말하는 내용이 확실치 않거나 자신이 없을 때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접미사입니다. “그 사람 30살 정도 돼 보인다”라고 할 때 “he is thirtyish”라고 합니다. “내 코트는 갈색 계열이다”라고 할 때 “my coat is brownish”라고 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산토스 의원 같은 사람을 ‘serial liar’(연쇄 거짓말쟁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거짓말을 중대한 악으로 봅니다.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에게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확실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미국을 뒤흔든 굵직한 거짓말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 (순리에 맡겨라)
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 역사를 담은 국방부 1급 기밀문서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 문서에는 해리 트루먼부터 린든 존슨 행정부까지 30년에 걸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갖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확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베트남전 개입의 구실로 삼았던 1964년 통킹만 사건이 실은 미국이 꾸민 자작극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1971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펜타곤 문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문서 작성에 관여한 대니얼 엘스버그라는 국방부 분석가가 문서를 언론에 전달했습니다. “let the chips fall where they may”는 엘스버그가 문서를 몰래 전해줄 때 한 말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펜타곤 문서 보도 과정을 다룬 영화 ‘더 포스트’에도 이 대사가 그대로 나옵니다.
‘chip’(칩)이 나와서 도박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1800년대 서부 개척시대 벌목 용어입니다. ‘chip’은 ‘부스러기’를 말합니다. 부스러기들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나무를 벨 때는 베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할 때는 순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I landed in this country with $2.50 in cash and $1 million in hopes.” (나는 2달러 50센트의 현금과 백만 달러의 희망을 품고 이 나라에 도착했다)
미국에서는 금융사기 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사기를 당해 수십 년 동안 모은 연금을 홀라당 날렸다는 은퇴자들의 사연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사기 수법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폰지 사기입니다. 폰지 사기는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 기법입니다. 일명 ‘돌려막기’ 수법입니다. 알기 쉽게 ‘borrowing from Peter to pay Paul scheme’(피터로부터 빌려 폴에게 지급하기 수법)이라고도 합니다.
폰지 사기의 창시자인 찰스 폰지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입니다. 무일푼이지만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던 그는 해외 우표 거래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배짱 좋게 뉴욕타임스를 초대해 인터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 “2.50 달러의 현금과 100만 달러의 희망으로 이 나라에 왔다”는 폰지가 남긴 명언입니다. 그는 8개월 만에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수완이 좋았지만 1920년 한 가구회사 직원과의 수익 배분 소송 때문에 사기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AF is short of water.” (AF는 물이 부족하다)
미드웨이 해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과 일본군이 태평양의 미국령 미드웨이 섬에서 맞붙은 전투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계기로 연합군이 유럽에서 승리했듯이 미드웨이 해전을 계기로 미군은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미드웨이 승리는 거짓말의 승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 해군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AF’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수했습니다. 문제는 ‘AF’가 어디를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암호가 ‘AH’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AF’는 하와이 부근의 미드웨이 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던 미군은 일본군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드웨이 증류시설이 고장으로 물 공급이 필요하다”라는 거짓 교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교신을 감청한 일본군이 “AF에 물이 부족하다”라는 무선을 발신하자 미군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미국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암호 해독 사례이자 성공한 거짓말로 꼽힙니다.
명언의 품격
1919년 프로야구 구단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승부를 조작해 신시내티 레즈에게 일부러 져준 사건을 ‘블랙삭스 스캔들’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연루돼 8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됐습니다. 8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높은 타율을 가진 ‘맨발의 조’(shoeless Joe) 잭슨이었습니다. 타석에 신발을 신지 않고 등장해 그렇게 불렸습니다. 잭슨이 제명된다는 소식에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Say it ain’t so, Joe.” (조,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승부조작 재판이 열리자 많은 야구팬들이 잭슨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한 아이가 잭슨을 붙잡고 “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요, 조”라고 간청했습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이었습니다. ‘블랙삭스 스캔들’이 낳은 명언입니다. 하지만 잭슨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Yes, kid, I’m afraid it is”(얘야, 미안하지만 그렇단다). 잭슨은 이렇게 말하고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에는 야구를 잊지 못하는 잭슨이 농부 레이(케빈 코스트너 분)가 만든 구장에 찾아와 야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고향 자메이카의 금융회사에 맡긴 돈을 사기를 당했습니다. ‘스톡스 앤 시큐리티즈’라는 투자회사에 은퇴자금으로 맡긴 1280만 달러(157억 원) 중에서 1만 2700달러(1560만 원)만 건졌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메이카의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넘쳐납니다.
“No stone will be left unturned,”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자 자메이카 정부가 나섰습니다. 나이절 클라크 재무장관은 “자메이카 금융산업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해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leave no stone unturned’는 ‘샅샅이 조사하다’는 뜻입니다. ‘그 어떤 돌도 뒤집지 않은 채 남겨두지 않는다’는 돌 아래쪽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비밀을 캔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쉽게 ‘turn over every stone’(모든 돌을 뒤집는다)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소개된 ‘대통령의 외출’에 대한 내용입니다. 국민은 관저에서 일만 하는 대통령보다 밖으로 나오는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집무실에만 있으면 민심을 살필 수 없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외출하는 이유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소탈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백악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Would you like to get a selfie?” (나랑 셀카 찍을래?)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자주 들릅니다. 최근 오하이오 주를 방문했을 때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매니저로 일하는 20세 여대생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로 학교생활에 관해 물었다고 합니다. 가게를 나오기 전 “나랑 셀카 찍을래?”라고 묻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 여성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사진을 같이 찍어주겠다는 겁니다. 영어로는 “셀카”가 아니라 “셀피”라고 해야 하는 것 아시죠.
“A president who scopes out local establishments makes our city look so much more vibrant.” (지역 상권을 잘 살피는 대통령은 도시의 인상을 활기차게 만든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의 ‘르 디플로마트’라는 레스토랑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 대통령 부통령 부부를 본 인근 주민들로부터박수가 터졌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대통령의 방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지역 상권’을 ‘local establishments’라고 합니다.
“I never thought of it.” (그런 줄 몰랐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워싱턴에서 외식을 딱 한 번 했습니다. 그것도 자신 소유 호텔 안에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물기보다 자주 외출해야 이미지가 좋아진다”라고 귀뜸해주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처 몰랐다”라고 솔직히 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후회할 때 “I never thought of that”이라고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