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매카시 협상 성과 없어… WP “디폴트땐 실업률 9%대로”
상하원 세출위-백악관 예산 담당 등 1990년대 정계 입문때부터 우애
“협상 통해 국가안정 시킬 기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야당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장과 1일(현지 시간) 처음으로 만났다. 법정 한도에 이른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한 자리였지만 ‘예산 삭감이 먼저’라는 공화당과 ‘채무불이행(디폴트) 방지가 우선’이라는 백악관의 입장 차이가 현격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디폴트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다만 연방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상하원 의원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수장 5명이 그간 친분을 다져 온 여성이어서 이들이 부도 위기를 막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바이든 “한도 상향” vs 매카시 “예산 삭감”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만나 법정 한도 31조4000억달러(약 3경8280조 원)를 꽉 채운 연방정부 부채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달 국가 부채가 이 상한에 도달하자 재무부는 의회에 한도 상향을 요구하며 공무원의 퇴직연금 납부를 미루는 등의 특별 조치를 발령했다. 이 조치는 6월 초까지만 효력을 발휘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도 상향 문제를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매카시 의장은 “행정부가 사회복지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 한도를 올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미 의회는 1939년부터 연방정부가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을 설정했다. 현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설정됐으며 한도를 늘리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2년간 정부 지출이 급증했으므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악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반박한다.
양측이 6월 초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디폴트를 맞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일자리가 600만 개 감소하고 실업률 또한 5%대에서 9%대로 오른다. 파산자 또한 속출해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부채 한도 교착’ 풀 여성 5인
초유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뉴욕타임스(NYT)는 상하원 세출위원회의 양당 지도부, OMB 국장 등 예산 협상의 실무를 관장하는 5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상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의 패티 머리 의원, 공화당 간사는 수전 콜린스 의원이다.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은 공화당의 케이 그레인저 의원, 민주당 간사는 로사 데라우로 의원이다. 네 사람은 모두 백인이다. 섈랜다 영 OMB 국장은 2021년 4월부터 흑인 여성 최초로 OMB를 이끌고 있다.
4명의 의원은 당적, 출신 등이 다르지만 여성 정치인이 드물었던 1990년대 워싱턴 정계에 발을 들여놨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그간 생일 모임 등을 갖고 우애를 다져왔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몇몇 중진 의원들이 연말 예산 처리 시한 직전에 선호하는 정책이나 예산을 끼워넣으면서 세출안이 왜곡되는 것에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5명의 여성은 협상을 통해 디폴트를 막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상원 서열 3위인 머리 위원장은 “여성이 국가 안정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콜린스 의원 또한 “우리의 경험은 다 다르지만 남성 의원보다 잘 협력할 것”이라며 팀으로 함께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영 국장은 “미국인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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