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영공에 감시정찰용 대형 풍선을 침투시켜 핵무기 격납고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을 두고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정찰 풍선 문제와 관련해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밤 외교부 홈페이지에 ‘미국 영공에서 무인 중국 비행선이 등장한 데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그 비행정은 중국에서 간 것으로 민간용이며, 기상 등 과학연구에 사용된다”고 중국 풍선임을 시인했다. 이어 “서풍의 영향으로 자신의 통제 능력상 한계에 봉착, 예정된 항로를 크게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측은 비행정이 불가항력으로 미국에 잘못 들어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계속 미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며 이번 불가항력에 의한 예기치 않은 상황을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하루 전 미국 측이 처음 풍선을 거론하자 “상황을 파악중이다. 쌍방이 함께 냉정하고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3일(현지 시간) ABC방송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중국의 정찰 풍선의 미국 본토 침입비행 문제를 들어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후속 논의 차원에서 5~6일경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ABC 방송에 "블링컨 장관은 풍선 문제로 방문을 취소하면서 상황이 과하게 가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동시에 현시점 방문으로) 풍선 문제가 중국 관리와의 논의를 지배하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미국 상공에 있는 고고도 감시용 풍선을 탐지해 추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고고도 감시 기구가 중국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는 풍선 격추를 위해 F-22 전투기 등을 준비시켰으나 백악관의 결정에 따라 격추 계획을 접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을 보고받고 군사적 옵션을 물었으나 격추 시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군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풍선은 버스 3대를 합친 크기의 대형 기구(氣球)로 카메라 등 정찰장비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알류샨열도 인근에서 비행을 시작해 캐나다를 거쳐 미 북서부로 진입한 뒤 현재 480km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미 북서부에는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150여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 노스다코타주 미노 공군기지 등 핵 군사기지가 다수 포진돼 있다. 국방부 측은 “현재 비행 경로에는 다수 민감한 시설의 상공이 포함돼 있다”며 “이 풍선은 명백히 감시를 위한 것”이라고 중국이 고의적으로 풍선을 보냈다는 뜻을 밝혔다.
고고도 풍선은 냉전 시기부터 사용돼 온 정찰기구로 중국은 이전에도 몇 차례 미국에 정찰 풍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 측은 “이번 정찰 풍선은 과거보다 오래 (미국) 상공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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