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튀르키예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Mt(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지진이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했고 곳곳에서 여진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 대원이 여진을 우려해 건물 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이 최소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구조 속도도 더디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 또한 악천후로 운항이 상당수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이 지역은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어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속 지원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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