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정부, 2021년부터 북서부 일대 차단
유일 개방구역은 지진 여파로 막혀
주민 90% 극심한 위기 처할 우려
2600명 넘게 숨지는 등 극심한 지진 피해를 입었음에도 시리아 정부가 국경을 개방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 인력과 구호물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 지역 주민 90%가 극심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알레포 하마 라타키아 등 이번 강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서부 주요 도시에 국제사회 구조 손길이 거의 닿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터키) 남부에서 이들 지역으로 가는 유일한 국경 통로인 바브 알하와(Bab al-Hawa)가 지진으로 차단된 탓이다.
시리아에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과 이들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러시아는 2021년 외부에서 반군 세력이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로 진입하는 국경을 바브 알하와 한 곳만 남기고 모두 차단했다. 그런데 6일 강진으로 이곳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손상돼 폐쇄되면서 외부 지원이 닿을 길이 사실상 막혔다. 이 때문에 세계 70여 개국에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에서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화이트 헬멧’, 즉 시리아민방위대(Syria Civil Defense)에 의해서만 구조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화이트 헬멧 봉사자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잔해 속에서 사람들의 구해 달라는 외침을 듣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은 국제사회에 원조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 반군 통제 지역의 지진 피해 상황을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반군 통제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에 구조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간 국경 전면 개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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