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중학교에서 ‘교칙에 위반된다’라는 이유로 점퍼를 입고 등교한 학생에게 벗으라고 강요한 사건이 논란을 낳고 있다. 학교는 “교칙대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매뉴얼 사회’인 일본 내에서조차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매뉴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5일 발생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히로시마의 한 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이 점퍼를 입고 학교에 왔다. 이날 히로시마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4.2도. 한국에서도 꽤 추운 날씨지만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일본에서는 맹추위다.
등굣길 교문에서 생활 지도 교사가 이 학생을 불러 세웠다. “점퍼 착용은 교칙 위반이니 입지 말라.” 학생은 점퍼를 벗었고 하교할 때도 입지 않았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이 날, 이 학생은 다음날 열이 났고 일주일간 학교를 결석했다.
이 학생의 보호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추운 날 점퍼를 입는 건 어른이건 아이건 당연하다. 교칙이 이상하니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호자는 따져 물었다.
학교 측은 매뉴얼인 지도 규정을 들어 반박했다. “규정에 스웨터, 목도리, 장갑은 써 있지만 점퍼와 코트는 없습니다. 규정에 없으니 학교는 점퍼 착용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논란이 된 뒤 NHK 취재에 학교 측은 “정해진 룰은 아이 안전을 위해 지킬 필요가 있다. 인정된 방한복(스웨터, 목도리, 장갑)으로 추위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한 일본에서도 이 사건은 화제다. 트위터에는 해당 기사를 인용한 게시물이 수백 건 올라올 정도로 논란이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규칙이라도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면 재검토해야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 이런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게 무섭다”라고 언급했다. “명백한 학대” “해당 교육청에 집단 항의를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우치다 료 나고야대대학원 교수는 NHK 인터뷰에서 “추울 때 껴입는 것은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인데 그보다 정해진 매뉴얼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라며 “학교는 교칙이니 지키라고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 규칙이 있느냐는 설명이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