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국 런던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같은 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도 전격 회동했다. 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모두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깜짝 일정’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 서유럽을 찾은 그가 유럽 주요국으로부터 탱크에 이어 ‘최종 병기’로 꼽히는 전투기까지 지원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투복 차림으로 런던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회담한 뒤 의회 연설에서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린지 호일 하원의장에게 우크라이나 최고 조종사가 쓰던 헬멧을 선물했다. 이 헬멧 위에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걸 지킬 날개를 달라”라는 문구도 직접 썼다.
수낵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한 그 어떤 것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다”며 “전투기 또한 대화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 늦은 오후 파리로 이동했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 숄츠 총리와 3자 회담을 가진 그는 “우리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빨리 얻을수록 전쟁은 더 빨리 끝나고 유럽도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거듭 지원을 촉구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숄츠 총리도 “침공이 시작된 후 이어온 재정적, 인도주의적 지원과 무기 지원을 필요한 만큼 계속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다만 영국 BBC방송 등은 두 정상이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런던 거리의 거지’라고 조롱했다. 그가 정권 지탱을 위해 서방을 순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또한 이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 미국 정·관계 인사 77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정치인들과 전직 미군 장성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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