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자유주의 vs 권위주의 양분…韓 무기지원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2일 2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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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명분 싸움서 우위, 서방 정상 속속 방문
최소 920조 원 전후 재건사업 실리도 노려
나토 총장 “한국도 무기 지원하라” 압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간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 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벨라루스 등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됐다. 전쟁 당사자인 두 나라를 제외하면 어떤 나라도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직접 참전 못지않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미 정치매체 더힐 등이 각국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편에 서서 치열한 ‘대리전(proxy war)’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한 이유다.

현재까지 양 진영의 ‘명분’과 ‘돈’ 싸움에서는 자유 진영이 앞선다는 평이 우세하다. 러시아는 침공 직후부터 민간인을 집단 학살하고 살인으로 복역 중인 재소자까지 전쟁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러시아 혐오 여론이 조성됐다. 러시아의 뒷마당 정도로 여겨졌던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인근 국가에서도 ‘탈(脫)러시아’ 바람이 거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정상이 잇따라 포탄이 쏟아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고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것 또한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자유 세계의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자국산 최신 무기의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로이터통신 기준 최소 7500억 달러(약 920조 원)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실리를 챙기려는 목적도 빼놓을 수 없다.

● ‘명분과 돈’ VS ‘반미 연대’
독일 ‘킬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자유 진영의 46개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경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합해 최소 1088억 유로(약 146조 8800억 원)를 지원했다.

각국 정상 또한 우크라이나를 속속 방문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집권 중 3회, 올 1월에는 개인 자격으로 총 4회 찾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리시 수낵 현 총리 또한 집권 3주가 채 안 된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6월 같은 날 방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4번 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지난해 5월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키이우, 민간인 학살지 부차를 누볐다. 두 달 후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당시 스웨덴 총리가 키이우에 왔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 두 나라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기로 하고 우크라이나에 왔다는 점은 명분 싸움의 승자를 보여준다. 캐나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3국 정상도 키이우를 찾았다.

러시아는 침공 후 북한, 이란 등으로부터 무기를 제공받았지만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침공 후 줄곧 러시아의 조력자 노릇을 해온 벨라루스조차 아직 참전은 않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언론 ‘내셔널포스트’는 역시 소련에 속했던 조지아에서도 반러 여론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수도 트빌리시의 식당에는 “푸틴이 죽으면 보르시 수프(동유럽인이 즐기는 수프)가 무료”란 간판이 등장했다.

다만 중국 이란은 물론 베네수엘라,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 등도 서방의 대러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서려는 권위주의 진영과 제3세계의 움직임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4~16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행보 또한 반미 연대의 결속력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에 ‘침공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달 펴낸 논문에서 “대만은 아시아의 우크라이나로 주목받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합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 韓, 무기 지원 고심 깊어져
침공 초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했던 서방이 최근 전차,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 지원을 늘리자 군수품만 지원했던 한국 또한 무기 지원을 고심하고 있다. 4월 중 취임 후 최초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무기 지원의 예상 효과와 후폭풍 등을 검토했고, 북한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원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스웨덴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은 교전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바꿨다”며 한국 또한 무기를 지원하라고 압박했다.

이를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이 미국의 요청에 의해 방미 중 무기 지원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시아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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