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틀 연속 미확인 비행체 격추…“반응 떠보려는 中 회색지대 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2일 2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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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0, 11일(현지 시간) 이틀 연속으로 북미 영공을 침입한 미확인 고고도(high-altitude) 비행체를 격추했다. 미 대륙을 횡단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데 이어 일주일간 세 차례 북미 상공에 진입한 비행체를 격추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북미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미확인 무인 비행체를 격추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도 “캐나다 영공을 침입한 미확인 물체를 격추하도록 명령했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해당 물체를 유콘주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 “美 반응 떠보려는 회색지대 전술”
이 비행체는 미 알래스카 영공을 거쳐 캐나다 상공 약 12㎞(4만 피트) 고도를 비행 중이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미군은 F-22 전투기를 출격시켜 비행체를 격추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이 물체는 미국의 영해 위로 진입했다”며 “국방부의 권고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군에 이 물체를 격추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체 역시 12㎞ 상공을 비행했으며 크기는 소형차 수준으로 감시 장비 등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일에도 미군은 알래스카 영공을 침입한 미확인 비행체를 격추한 바 있다. 미 정부는 잇따라 격추된 비행체 잔해를 복원해 중국의 연관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미국이 일주일 사이 3차례에 걸쳐 영공을 침입한 무인 비행체를 격추한 것은 4일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을 둘러싸고 ‘늑장 대응’ 논란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겨냥한 동맹 규합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중국이 공세로 전환하며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세우기 위해 책임 소재가 모호한 도발을 이어가는 ‘회색지대 전술’을 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정찰풍선 격추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해 왔는데, 미국의 반응을 시험해보기 위해 추가로 소형 고고도 풍선을 띄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회색지대 전술이란 무력 분쟁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을 통해 안보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중국은 “중국이 40여 개국에 정찰풍선을 보내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미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미 의회의 중국 정찰풍선 규탄 결의안에 대해 “정치 공작으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멀로이 전 국방부 차관보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의 다른 정찰풍선으로 확인되면 중국이 작전 수행에 무능하거나,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작은 사건으로 끝날 단계 지나”
최근 정찰풍선 사태가 미중 간 우발적 충돌까지 우려될 만큼 미중 갈등의 불씨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미군 핵무기 기지가 있는 몬태나주는 이날 레이더 작동 이상으로 영공을 폐쇄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중국 등 적국의 레이더 교란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레이더에 대한 공격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 공공정책대학원 선임연구원은 NYT에 “이번 사건이 작은 사건으로 끝날 단계는 지났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4일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 제작에 관여한 베이징난징항천과기와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48연구소 등 중국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을 무역 제재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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