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에… 中 일부 지자체 “잘생긴 대학생, 정자 기부땐 최대 113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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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0cm이상-탈모없는 20대”
베이징 등 지방정부, 기증 캠페인
난임부부 ‘체외 수정’ 지원 나서

지난해 61년 만의 첫 인구 감소에 충격을 받은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건강하고 외모가 준수한 남자 대학생들의 정자 기증을 적극 유도하고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자 기증에 최대 113만 원까지 사례금을 내걸었다. 난임 부부들을 지원해 신생아 수를 늘리려는 취지로 보인다.

11일 중국신원왕, 신랑차이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산시, 허난, 산둥, 윈난성 등 각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 대학생들로부터 정자를 기증받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정자 기증자들에게는 1회에 100위안(약 1만8000원) 정도 사례금이 지급된다. 특히 건강한 정자로 판명돼 3개월 이내에 최소 8회에서 최대 12회까지 추가 기증한 경우 4500∼6100위안(약 84만∼113만 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정자 기증자의 조건은 대체로 비슷하다. 베이징의 경우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20대여야 하며 신장 170cm 이상에 탈모가 없어야 한다. 또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유전 가능성이 큰 질환도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남성이 8회 이상 정자 기증을 완료할 경우 5150위안(약 96만 원)을 지급한다. 가장 많은 사례금을 주는 곳은 허난성으로 조건을 갖춘 남성이 3개월 이내 10회 기증할 경우 6100위안을 지급한다.

중국신원왕은 산시성 정자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10일 하루 동안 300명 가까이 예약 전화가 걸려 오는 등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연간 100만 회가 넘는 체외 수정 시도가 이뤄지고 시험관 아기 약 30만 명이 태어나고 있다. 난임 부부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자 기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감소했다. 대규모 자연재해와 대기근이 겹친 1961년 인구 감소를 제외하고 사상 처음으로 구조적인 인구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2016년 1880만 명이던 신생아 수가 지난해 950만 명까지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생아 수가 매년 감소하면서 중국 사립 유치원들도 재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유치원 관계자들이 처음에는 원생 감소 문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단순히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면서 “원생 부족으로 많은 유치원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인구 감소#잘생긴 대학생#정자 기부#체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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