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같은 자원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원유 감산 조치에 대한 질문은 받고 ‘에너지 무기화’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러시아는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러시아의 조치에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년간 유럽으로 공급했던 천연가스와 석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올겨울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됐다.
당초 러시아발 에너지 전쟁의 주요 타깃은 유럽연합(EU)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산 원유 수입 규제 등 경제 제재가 이어지자 EU로 자국산 가스를 실어 나르는 송유관을 닫아버렸다. EU는 2020년 기준 천연가스 38.2%, 원유 25.7%,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49%를 러시아에서 수입할 만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의 위력은 예상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한 데다 EU가 천연가스 비축량을 89%가량 채워두는 걸로 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감산 예고에 다시 국제 유가가 들썩거리는 등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발 에너지 전쟁은 전 세계적인 핵심 광물 확보 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위험한 세력’에 공급망을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자국 및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고 나섰다. EU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제정할 계획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세기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핵심 광물에 관한 싸움으로 번질 것”이라며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활용하는 것을 지켜본 중국으로선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희토류와 흑연 등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