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사망자가 13일(현지시간)까지 3만 7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부상자도 9만 2600명에 달한다. 2003년 발생한 이란 대지진 피해 규모(3만1000명 사망)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지났지만 현지에서는 실낱같은 희망 속에서 기적적인 구조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진 피해 현장에는 세계 각국의 응급구조팀뿐만 아니라 민간 봉사자들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서도 이들을 돕기 위한 민간 구호단체들이 직접 튀르키예 땅을 밟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지진 발생 바로 다음날 긴급 구호팀을 꾸려 튀르키예로 출발했다. 20시간의 비행 끝에 7일 오후 3시 아다나 공항으로 입국한 구호팀은 다시 13시간을 차량으로 이동해 다음날 오전 4시 반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에 남부지역 안타키아에 도착했다.
안타키아 시내를 둘러본 봉사단 단장 조현삼(64) 목사는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시선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 이었다”며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조 목사는 “현장에선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는데 생존자가 발견 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며 안타까워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다나에서 구호품을 실은 10톤 트럭 3대가 안타키아 캠프에 도착하면서 11일부터 본격적인 구호활동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에서 연구년을 보내다가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봉사단에 합류한 홍철진 씨는 “지진 발생일로부터 한 두주 사이가 이재민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시기다”며 “이들을 위해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고 말하면서 구호차량의 운전대를 잡았다.
튀르키예 교민들도 봉사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5명, 이즈밀에서 3명, 아다나에서 4명, 앙카라에서 11명의 봉사자가 안타키아로 달려왔다. 이스라엘에서도 2명의 자원봉사자가 동참했다. 현지인들도 한국 봉사팀에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구호트럭이 도착하면 동네 사람들이 나와 직접 물건을 나르고 배분하는 일을 돕고 있다.
봉사팀은 터키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에 중심으로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구호품 트럭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10여 미터의 긴 줄이 늘어섰지만 혼란과 동요 없이 질서 정연하게 물품을 받아갔다. 영하의 추위에 몸을 떨던 한 이재민들은 담요와 식료품을 받아 들고선 봉사자들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볼을 부비며 최고의 감사와 존경을 표현 했다.
구호품을 한참 나누고 있는데 세 명의 현지인이 한국 정부가 발행한 서류 하나를 들고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25전쟁 참천 용사들에게 전달한 감사장이었다. 봉사팀은 참전 용사 가족들을 포함해 50여명의 주민들에게 충분한 식량과 생필품을 보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봉사단의 성백철(50) 씨는 “전에는 우리가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우리가 이들을 도울 차례다”며 가슴 뿌듯해 했다.
여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재민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힘겹긴 하지만 봉사단의 활동은 쉼이 없다. 구호팀은 현재까지 담요 6500장, 속옷 1만 2500장, 화목난로 100개, 매트리스 50개, 각종 생필품과 식량 등을 10톤 트럭 8대에 실어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생존자들은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논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생존자들이 갈 곳이 없어 차 안에서 노숙하거나 열악한 텐트촌 등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안타키아 지역 뿐만아니라 320km 떨어진 아디야만 주에도 구호품을 보내 이들을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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