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먹을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단지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 자식들에게 줄 뿐이다.”
13일(현지 시간) 튀르키예(터키) 강진 피해를 입은 카라만마라스의 이재민 자이네프 오맥 씨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오맥 씨는 9세, 14세 자녀와 함께 추위를 이길 옷가지나 먹을거리를 찾아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었다. 일주일 전 새벽 강진이 닥치자 오맥 씨 가족은 잠옷 바람으로 아파트를 탈출했다.
오맥 씨 가족처럼 집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 몸을 의탁한 사람은 튀르키예에서만 100만 명이 넘는다. 제대로 된 피난처와 식량이 부족해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생존자들은 식수 부족과 열악한 위생 탓에 감염병 확산 위기까지 맞고 있다. ‘2차 재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유엔은 이날 “지금은 (실종자) 구조보다 생존자 구호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 콜레라 피부병에 트라우마까지
임시 대피소는 흙바닥에 방수포와 판자 등으로 사면과 지붕을 이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재민 가족별로 쓸 수 있는 텐트는 물론이고 의복과 의약품이 부족하다. 튀르키예인 제라 쿠루카파 씨는 “텐트가 충분하지 않아 네 가족과 함께 진흙바닥에서 잠을 잔다”고 이날 AP통신에 말했다. 전날 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피부병인 옴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AFP통신은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 전염성이 강한 옴이 퍼지고 있으며 설사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보건부는 “최소 1만9300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3636명은 중환자실에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 환자가 몰려 병실이 부족해 야외 천막에 누워 있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재난에 대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어린이도 늘고 있다. 세르칸 타도글루 씨는 이번 지진으로 친척 10여 명을 잃었지만 슬픔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다. 자녀가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타도글루 씨는 AFP에 “여섯 살배기 딸이 ‘아빠, 우리 죽는 거야’라고 계속 묻는다. ‘친척들은 어디 갔느냐’고 찾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친척) 시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껴안고 ‘다 괜찮을 거야’라고 말할 뿐”이라고 탄식했다.
● 185시간 만에 10세 소녀 구조
지진 발생 일주일을 넘긴 13일 현재 사망자는 3만7000명을 넘었지만 기적 같은 구조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진 진앙지인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이날 10세 소녀가 185시간 만에 무너녀 내린 아파트에서 구조됐다. 아디야만에선 178시간 만에 잔해 속에서 찾아낸 어린이에게 구조대원이 산소호흡기를 씌워주며 “딸기우유와 포아차(튀르키예 전통 빵)를 줄게”라며 다독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 감동을 줬다. 하타이와 안타키아에서도 지진 발생 180시간이 지난 뒤에 남성과 형제, 그리고 12세 어린이가 각각 살아서 구조됐다.
하지만 실종자 구조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업무 및 긴급 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방문해 “생존자 수색 및 구조 단계는 끝나가고 있다”면서 “지금부터는 (이재민에게) 쉼터와 심리적 사회적 돌봄, 음식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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