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
나무판-모래주머니로 대문 막고
조명 꺼진 통로, 위치 파악 안돼
집무실은 대형 스크린 등 최신식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임시 대통령궁’은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용병들이 암살을 시도하는 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족은 신변 위협을 받아 왔다.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은 13일(현지 시간)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인터뷰하려면 약속 시간 약 3시간 전에 모처로 오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지침’을 받았다. 모처에서 차량으로 10여 분을 이동해 임시 대통령궁 앞 초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대통령궁 입구까지 3단계 검문을 통과할 때마다 자동소총을 들고 방탄조끼를 입은 군인들이 취재팀을 감시했다. 궁 정문으로 보이는 대문은 나무판과 모래주머니 등이 가로막고 있고 그 옆 작은 문으로만 사람이 드나들었다. 궁 안 곳곳에도 무장 군인들이 배치돼 있었고 창문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실내도 군데군데 액자만 걸려 있을 뿐 가구나 집기는 보이지 않았다. 참호처럼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가 여기저기 보였다.
인터뷰 장소인 대통령 집무실까지 미로 같은 통로를 거쳐야 했다.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 연결된 것 같았다. 통로는 조명이 꺼져 있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발걸음을 내딛기조차 어려웠다. 띄엄띄엄 설치된 바닥 조명이 양쪽 벽을 향해 희미한 빛을 쏴주는 정도였다. 대통령실 비서진은 취재팀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휴대전화 조명을 켜서 앞길을 비춰줬다.
낡아 보이는 대통령궁 안팎과 달리 대통령 집무실 인테리어는 최신식이었다. 정중앙 벽에 ‘대통령 사무실’이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걸려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넓은 테이블과 화상회의용인 듯한 대형 스크린이 인상적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내외 언론 인터뷰 및 브리핑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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