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씩 또박또박 적힌 한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 글을 쓴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튀르키예 사람이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와 인연을 맺은 엠레씨는 14일(현지시간) 숙영지를 찾아와 텐트에 한글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엠레씨는 한국 구호대의 구조 활동에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했다. 그는 “멀리서 찾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생명까지 구했다”며 “튀르키예 사람을 대표해 진심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아나돌루 고등학교에 마련된 한국 긴급구호대 숙영지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 긴급구호대가 구조 활동을 마치고 15일 오전 인근 도시로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구조활동을 시작한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오전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하고 시신 19구를 수습했다.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72시간 이후 구조에 성공하면서 현지 구조대와 인근 주민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 지난 11일 2명의 생존자를 함께 구한 튀르키예 구조대가 찾아와 작별의 아쉬움을 전했다. 튀르키예 구조대는 재난재해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무사히 귀국하기를 기원했다.
안타키아는 이번 지진 피해 현장 가운데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다. 도시를 직격한 강진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생겼다. 건물이 쓰러지고 무너지면서 안타키아는 폐허로 변했다.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 전기와 물도 끊기면서 현장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나마 인근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숙영지를 꾸렸지만 상황이 나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구호대는 물이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공수한 발열식량으로 겨우 식사를 했다. 현장 자체가 위험한 탓에 대원들은 타박상과 같은 부상을 달고 다녔다.
붕대를 감고 구조 활동에 나서 현지 언론도 주목한 구조견 4마리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구호대와 함께 투입된 특수 인명구조견 ‘토백이’, ‘티나’, ‘토리’, ‘해태’는 철근과 유리 등 잔해 때문에 고생을 했다. 토리와 해태는 이날까지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기쁨도 있지만 구조대원들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붙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구조대원은 소감을 묻자 “건강하게 귀국길에 올라 다행이지만 아직도 묻혀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구호대는 한국에서 공수해 온 대부분의 물품을 기증하고 떠난다. 텐트, 식수, 식량, 의료 장비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텐트를 접고 피는 법까지 따로 전수했다. 구호대가 떠난 이후 숙영지는 현지 경찰 본부로 사용될 예정이다.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구호대는 튀르키예 사람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구조대원들은 기증하고 갈 텐트에 “튀르키예 힘내세요”, “지진 피해를 입으신 분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조속한 회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조인제 구조대장은 “빠른 일상으로의 회복을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라고 적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020년 ‘콧등 밴드’를 붙인 모습으로 감동을 줬던 의무사령부 김혜주 대위는 “한국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번에는 저희가 도와드리겠다”고 썼다.
우리 구호대는 안전한 인근 도시로 이동하고 휴식을 취한 뒤 17일 오후 1시 귀국길에 오른다.
우리 정부는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을 반영해 이재민 구호와 향후 재건 활동에 나설 20여명 규모의 구호대 2진을 파견할 예정이다. 구호대 2진은 16일 저녁 군 수송기로 튀르키예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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