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 인플레이션이 고용-소비-생산의 강력한 회복세 속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뜨거운 경제와 더디게 움직이는 물가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준의 대표 매파 인사들이 ‘빅스텝(0.5%포인트)’ 필요성을 주장해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를 시작으로 17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했고, 달러가치와 국채금리가 오르는 등 연준 발 긴축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 노동부는 16일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7%, 전년 대비 6.0% 올랐다고 밝혔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2월 -0.2%로 확연한 하락세였다가 0.9%포인트 뛰어 오른 것이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6.0%로 지난해 12월(6.5%)에 비해서는 내려갔지만 시장 예상치(5.4%)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앞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6.4%로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았다.
가뜩이나 새해 들어 미국 경제는 고용폭발, 소비 껑충, 생산 회복으로 강력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날 PPI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장기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특히 이른바 ‘도매 물가’인 PPI는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여긴다.
커트 랜킨 PNC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P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후퇴한 것으로 오늘의 생산자물가 상승은 내일의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의미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5~11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하며 역사적 최저 수준인 20만 건을 밑돌았다. 고용이 뜨겁다는 지표가
이에 연준의 대표 매파 인사들은 고강도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 전체적인 판단은 인플레이션과의 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 퇴치 결의를 계속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기준 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5.375%까지 올리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4.5~4.75% 수준 금리에서 0.75%포인트 높은 5.25~5.5%까지 빠르게 올려야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매파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3월 전망은 내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2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미 경제 상황이 연준의 긴축 지속을 가리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서 3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지난주 9.2%에서 16일 18.1%로 뛰었다.
연준 발 긴축공포가 미 경제 호황에 대한 기대감을 누르며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1.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8%,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7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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