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을 위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시급한 중국에서 95세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상품이 나왔다. 대출기간을 95세까지 연장해 상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령화에 발맞춰 나이 든 세대 또한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출자의 자녀가 반드시 보증을 서도록 하는 등 당국이 다음 세대의 재정 부담을 정책적으로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중국 매체 신징보,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연령 상한선을 95세까지 연장한 상품을 내 놨다. 95세 이하면 일정 기준을 충족했을 때 누구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만기도 95세까지 늘어난다.
신징보는 중신은행 베이징지점 관계자를 인용해 “대출자의 연금과 자녀(보증인)의 월소득을 합한 금액이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의 2배가 돼야 95세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출 상품은 아직 은행 전반으로 확대된 것은 아니며 베이징·난닝·닝보·항저우 등 일부 지역의 은행지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가능 연령과 대출 만기를 70세가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해 왔다. 중국 금융권에서 당국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당국의 권고를 거스르고 ‘95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과 은행들은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앙통신은 중국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만큼 고령층의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했을 때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라고 진단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로 알려져 있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다만 고령층을 겨냥한 새로운 주택 담보 대출이 다음 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령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낮기 때문에 반드시 자녀를 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약 고령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한다면 자녀들이 이 대출을 이어받아야 한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넘어 손자·손녀 세대에까지 대대로 물려줄 대출의 전형”, “조만간 100세 대출 상품도 출시될 것”이라는 등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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