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 맺은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타스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뱌체슬라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러 뉴스타트 조약에 러시아 참여를 중단하는 법안 초안이 하원에 제출됐다”며 “국제문제 및 국방 위원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연방하원 전자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된 초안에는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재개 여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뱌체슬라프 의장은 “하원은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이 법안을 내일(22일) 본회의에서 검토하고 바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그 후 즉시 연방평의회(상원)로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연방상원도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상원의원은 “내일 외교위원회와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면서 “이 문제는 신속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고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첫 의회 합동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발표했다. 그는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자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의 핵군축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현재 발효된 합의는 준수할 것이며, 또 참여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뉴스타트 합의에 따른 핵무기 (제한) 상한선을 존중할 것”이라며 “참여 중단 결정은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책임 있는 접근법을 고수할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해선 미국 측과 계속 통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 재개는 “양측(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대칭적이고 평등하며 철저하게 이행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국제 안보와 전략적 안정 측면에서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추가 활동을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무부는 참여 중단 조치는 “미국이 핵심 조항을 오랫동안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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