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 잘못 제거”…‘5년만에’ 의료 과실 인정한 뇌 전문의

호주의 유명 신경외과 의사가 뇌종양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뇌를 잘못 제거했다는 사실을 수술을 집도한 지 5년 만에 인정했다.

영국 데일리스타 등은 21일(현지시간) 호주의 ‘스타 신경외과 의사’ 찰리 테오 박사(65)의 의료사고 청문회에 대해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테오 박사는 다른 의사들이 진행을 망설이는 ‘고위험 수술’을 직접 집도하고, 언론 매체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호주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2018년, 뇌암 4기를 선고받은 익명 환자는 1년의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이후 테오 박사를 찾았다. 테오 박사는 환자에게 뇌간에 있는 종양을 절제함으로써 암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환자 가족이 수술 위험에 대해 묻자, 테오 박사는 수술로 인한 사망 위험이 5%에 불과하다고 자신했다.

뇌암 환자는 테오 박사를 ‘신’이라고까지 추켜세우며 수술대에 올랐지만, 수술 직후 식물인간이 돼 돌아왔다. 6개월간 눈을 뜨지 못한 환자는 결국 2019년 3월에 사망했다.

지난 15일, 테오 박사는 결국 시드니 의료계의 징계 청문회에 회부됐다. 호주 의료계는 테오 박사가 수술 집도 전 환자 측에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테오 박사가 제시한 사망 확률인 ‘5%’가 잘못된 추정치라고 주장했다.

청문회 측은 두 명의 신경외과 전문의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앤드루 모로코프는 “수술로 인한 사망 위험이 수술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보다 훨씬 컸다. 개인적으로는 뇌간 종양을 절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으며,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브라이언트 스톡스는 “이 수술의 사망 확률은 5%가 아니라 약 60%였다”라고 말했다.

청문회 측 검사인 케이트 리처드슨은 테오 박사가 수술 위험성을 축소했을 뿐 아니라 수술을 집도한 이후 관련 증거들을 조작했다는 혐의 또한 제기했다.

테오 박사는 “의도한 결과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20일 “사실 뇌를 너무 많이 제거했다. 특히 전두엽 부분을 잘못 건드렸다”라고 밝혔다. 테오 박사는 “수술 당시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 나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내가 집도한 수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테오 박사는 수술이 부적절했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변호를 그치지 않고 있다. 테오 박사는 자신의 경력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고 싶어 하는 의료계의 ‘이름 없는 적’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자신과 사망자의 남편 사이를 이간질하고 고소를 부추겼다고 항변했다.

테오 박사의 ‘의료 과실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간질 발작에 시달리던 미셸 스미스는 테오 박사에게 4만 6000달러(약 6000만원)를 지불하고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테오 박사는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스미스는 수술 이후로도 12년 동안 지속적인 발작에 시달렸다. 스미스는 결국 타 병원에서 후속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 스미스의 후속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스미스의 뇌 MRI 사진을 검토한 후 12년 전 수술을 집도한 테오 박사가 뇌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뇌의 건강한 조직을 잘못 제거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테오 박사는 의료 과실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테오 박사에 대한 청문회는 3월 중 대면 질의를 통해 재개될 예정이다. 현재 테오 박사는 호주 의료계의 허가 없이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