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의 핵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는 등 국제사회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굳건한 중러 관계를 재확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 5월경 러시아를 직접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방문한 왕 위원에게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 정세가 어렵다. 양국 협력은 국제 정세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의 협력은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전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왕 위원은 “중러 관계는 성숙하고 굳건하다”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그 어떤 도전도 이겨낼 것”이라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중국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파트루셰프 서기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러시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며 “양국이 서방에 맞서 함께 뭉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대만과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에 대해 중국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모든 정보를 푸틴 대통령과 공유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의 귀에 독을 속삭이는 악마’라는 평가도 있다.
왕 위원은 파트루셰프 서기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관련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독일을 물리친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5월 9일) 즈음인 4월 말이나 5월 초 시 주석이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중국이 돕고 있다며 경고를 날렸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21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와 기업은 앞으로 전 세계 절반과 교역하든지 아니면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무기와 일반 제품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른바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해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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